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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매장에 ‘디지털’ 도입해보니

유통시장에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월마트랩’을 통해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세우지 않고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전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공급망관리(SCM), 비콘, 증강현실(AR)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유통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신세계도 변화를 경험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출점을 늘리고, 사이렌오더를 통해서 스타벅스코리아에서 O2O 서비스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어서 배송 속도 개선에 나섰으며, ‘SSG페이’를 통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박창현 신세계 I&C S-LAB 팀장

“고객 쇼핑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하고 필요에 따라서 협업하는 일을 S-LAB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경험을 살려, 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이루고자 합니다.”

박창현 신세계 I&C S-LAB 팀장은 지난 10월17일 열린 ‘테크플래닛 2016’ 행사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세계가 자사 매장을 디지털 중심 전략으로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매장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때 어려운 점을 함께 소개했다.

넘쳐나는 매장 정보,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박창현 팀장 설명에 따르면, 매장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데이터다.

오프라인 매장은 정보가 넘쳐나는 공간이다. 위치 정보, 진열된 상품 등 매장 내 모든 정보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작업을 마쳐야 비로소 매장 디지털화를 꿈꿀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데이터는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기껏 데이터를 모았는데, 활용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은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쇼핑하러 온 고객이 정작 매장에 들어와서 네이버 같은 포털로 검색하면 그 매장의 디지털화는 실패한 셈이다.

정보 정리가 끝났으면, 그다음 입력이다. 사용자가 자기가 가진 모바일 기기를 통해 매장에서 쉽게 정보를 입력하고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매장에서 카트 세워놓고 아이 달래가면서 문자 입력하며 무언가를 검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럴 때 이미지 인식을 통해 정보를 인식하고, 검색 결과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좋지요.”

박창현 팀장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글로만 검색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 입력 과정에서 이미지 아니면 음성인식도 고려해야 한다. 꼭 정보를 글로만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문제는 이미지나 음성과 같은 데이터 처리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S-LAB은 구글 텐서플로 기술을 이용해 물건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물건 정보가 나오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학습한 다음 매장에서 실전 테스트를 거쳤다. 문제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매장 진열대에 있는 상품 정보를 인식해야 하는데, 촬영 각도가 문제가 되더군요. 제대로 이미지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실내조명이 이미지 처리하는 데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게다가 간섭 문제도 있습니다. 오뚜기 카레가 연속으로 배열된 곳에서 이미지를 입력하니, 인식을 못 하더군요. 상품을 들어서 따로 보여줘야 합니다. 사실, 이 단계 가면 실패죠. 앞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디지털 작업을 할 때 고려할 점

비콘 기반 마케팅, 쉽지 않다

아이비콘이 등장하면서 비콘을 활용해 매장에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진 때가 있다. 사용자가 모바일 기기를 들고 매장을 방문하면, 비콘 단말기에서 사용자 모바일 기기를 인식해 매장 정보나 할인쿠폰 등을 전송하는 식이다. 신세계 역시 강남 백화점 본점에서 비콘 기반 서비스를 운영했다.

박창현 팀장은 비콘 마케팅이 알려진 것처럼 쉬운 서비스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층간 전파 간섭 문제, 매장 리노베이션 문제 때문에 마케팅에 비콘을 활용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층간 전파 간섭 문제가 큽니다. 바닥에 있는 신호가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지요. 비콘도 전파를 이용하다보니 세기가 높은 전파가 위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대부분 비콘 기기는 천장에 부착돼 있다. 그러다보니 천장이 높은 매장에서는 엉뚱한 효과가 일어난다. 사람 키보다 높은 천장에서 신호를 인식하기보다 바닥에서 신호를 인식하는 식이다. 사람이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대체로 천장보다 바닥을 더 가깝게 인식한다. 그 결과 신호를 바닥에서 인식하면서 신호 간섭 현상이 일어나 올바른 데이터를 전송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이뿐이 아니다. 백화점 같은 경우 계절마다 매장 위치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천장을 뜯어내는 일도 허다하다. 이럴 때마다 비콘 위치를 바꿔야 한다. 관리 문제가 생긴다. 천장이 너무 높거나, 천장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스타필드는 매장 위가 뻥 뚫려있습니다. 비콘을 달 수 없지요. 어느 층에서 위치를 잡아서 인식할 것이냐와 다른 문제입니다. 다양한 매장 인테리어 덕에 어떻게 비콘을 관리할 것이지 다양한 스타트업이나 개발자가 관심 갖고 집중해야 할 부분입니다.”

AR,VR 도입은 시기상조

S-LAB은 매장에서 고객이 신발을 고르면, 해당 신발 순위 등 관련 정보 화면이 붙어서 보여주는 AR 서비스도 시도했다. 신발을 고르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갖다 대면, 다른 상품을 추천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AR 플랫폼을 매장에 도입하려면 나침반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나침반 정보에 따라 보이는 정보가 다른데, 이게 골치더군요. 좁은 공간에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박창현 팀장 설명에 따르면, 기존 AR 솔루션은 실내에서 90~900m 안에서 정보를 처리한다. 실내 매장 간격은 대체로 90cm에 불과하다. 이마트는 매장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가 2m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 실내와 실외에서 위치 허용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실내에선 AR 정보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AR을 활용하려면 허용 오차 범위가 크다는 걸 인지하고 서비스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커를 사용해서 이를 해결해보려고 하는데, 매장 내 마커를 도입하는 게 생각외로 어렵습니다. 매장 내 공간이 많지 않거든요.”

요즘 많은 관심을 받는 VR도 매장 기술에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다. 구글 스트리트 같은 정보는 수개월에 한 번씩 정보를 파악해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해도 문제없다. 매장 정보는 다르다. 1년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게 매장 위치다. 이 정보를 VR로 전달하려면, 꾸준히 매장 정보를 파악해서 이미지 작업하는 게 필요하다.

“비용이 엄청 들어가죠. 360도 이미지 촬영을 어떻게 자동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청소로봇처럼 일정 시간에 돌아다니는 로봇을 이용해 자동 촬영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어떻게 하면 싼 운영비용으로 최신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아직은 낮은 VR 해상도도 문제다. 상품을 VR로 구현하려면 촘촘한 해상도가 필수다. VR 환경에서 상품을 보고 줌인으로 끌어당겼는데, 이미지가 흐릿하다고 생각해보자. 그 상황에서 물건 구입을 고민하는 사용자는 없을 것이다.

“풍경은 VR로 구현할 수 있는데, 상품은 다른 문제더군요. 고해상도 촬영하면 해결되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지요.”

신세계는 지금도 꾸준히 다양한 IT를 자사 오프라인 매장에 도입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더 늘리고, 원활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매장 정보를 플랫폼으로 만든 다음 개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도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무엇이 답인지는 모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 플랫폼화하게 되면, 오픈된 매장 정보와 AR, VR, LBS를 이용하면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더 나은 매장 디지털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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