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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갑질 사건, 과징금 124억 -> 5억... 솜방망이 처벌


- 대리점에 물량 떠넘기기로 2013년 사회적 공분 일으켜 - "증거 불충분해 119억 취소"…법원 판결 따라 과징금 축소 - 사측 증거은폐 의혹 못 밝혀…"국민 법감정 무시" 분노 확산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로 할당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던 남양유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 5억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법원의 판결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애초 공정위가 부과하기로 했던 124억 원의 2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향한 지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법원 판결에 국민의 법 감정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제 1소위는 최근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 재산정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최종 금액을 5억 원으로 확정했다. 공정위 제 1소위는 그 근거로 지난해 1월 나온 법원 판결을 거론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을 강제로 할당한 시기와 수량 등에 대한 증거자료가 불충분하다며 과징금 124억 원 중 119억 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그해 6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자 과징금 부과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목적으로 남양유업의 부당행위에 대한 증거수집에 들어갔으나 실패했다. 공정위는 2000여 곳에 달하는 남양유업 전국 대리점을 대상으로 주문수량 등이 담긴 로그기록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로그기록이 담긴 대리점의 컴퓨터가 대부분 교체되거나 노후로 고장나 15곳에서만 일부 기록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과징금 재산정 기간이 다른 사안과 달리 1년 가까이 소요됐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남양유업이 증거자료를 고의로 없앴다는 의혹과 함께 공정위가 대기업을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민병두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남양유업이 2009, 2014, 2015년 세 번에 걸쳐 전산 발주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서 로그기록을 삭제한 뒤 이를 하드디스크에서 복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증거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을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관련 로그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료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대리점 폐업 등으로 컴퓨터가 교체됐기 때문이며 고의로 삭제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5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물량을 대리점주에게 억지로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 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사실도 함께 드러나 공분을 샀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큰 파문이 일었다. '갑질 횡포'를 부린 기업에 대한 제재가 결과적으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남에 따라 공정위는 부실조사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남양유업 대표 등 핵심관계자들이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는 등 사법처리는 진행됐지만, 관련 기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과징금 부과는 형식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과징금을 매기려면 밀어내기 대상 품목의 매출기록과 수량 등이 파악돼야 하는데 기록을 찾지 못해 매출에 비례해 부과하고자 했던 과징금은 포기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법원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남양유업이 판촉사원의 임금을 대리점에 전가하는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강매가 인정될 뿐 전체 품목에 대해 구매를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법원 판결이 공정위의 자료 부실에서 비롯됐기는 했지만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했더라면 더 엄격한 처벌을 내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도 "법과 행정의 처벌 잣대가 이 정도라면 시민들이 해당 제품 불매운동을 다시 해야 한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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