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힘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있다.
그런데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우리가 접하는 매체에서 쏟아지는 모든 것들은 '말'로 구성돼있다.
음성언어와 몸짓언어, 그리고 문자, 이미지까지 이 모든 것은 '언어'를 습득한 존재만이
이해하고 해석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한 마디 말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12월 22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증인 신분으로 국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여기서 김경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문한다. "증인 식사하셨습니까?"
뜬금없이 여겨지지만 여기에는 자기들만의 속내가 숨어있다.
질문을 던지는 김경진 의원도 그에 답하는 우병우 전 수석도 검사출신이라는 것!
이걸 알면 관전포인트가 달라진다. 이어서 던지는 김경진의원의 말 "하나하나 얘기해봅시다!"
익숙하다. 영화 속 범죄자들을 심문 할 때 많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상대의 끼니를 걱정하거나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알고 있으니 시간 끌지 말자', 혹은 '내가 너 따위 상대하게 생겼니? 쉽게 가자'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한 두마디의 말로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며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상황과 신분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숨에 파악하게 된다.
우병우 전 수석은 증인으로서 청문회에 출석했다.
취조실에서 취조를 받는 상황은 아니었다.
순간 감정은 무너지고 눈빛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고도의 심리전이다.
그 감정은 고스란히 전파를 통해 전해졌다.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흔들거나 괜히 앞에 있는 물잔을 만져가며 자신의 정신을 챙기는 모습
일부러 마이크에서 떨어져 답변을 하는 태도 모두가 심리적 불안감을 나타낸다.
사실 검사로서의 경험 또는 검사를 취조실에서 만난 경험이 없다면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하지 않았을 '말'이다.
하지만 우병우 스스로가 검사였으며 위와 같은 말을 했던 상황과 그 경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순간 감정이 치밀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말의 힘 중 '그들만의 언어'가 갖는 힘이다.
확대하면 '상대의 언어'가 갖는 힘이다. 같은 내용도 '상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
물론 이런 화법을 구사하기에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말의 목적이다.
말은 수단이자 도구일 뿐 목적이 되지는 않느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
김경진 의원의 의도 혹은 저의는 분명했고 다행히도 적중했다.
여기에 말투도 한 몫을 더했다.
이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본다면 어제와는 다른 것들이 보일지도
@38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