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특검팀)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이를 작성한 의혹을 사는 인물들이 27일 누리꾼들 사이에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지난 26일 이뤄진 특검팀 압수수색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조 장관이 개입했는지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12개 문화·예술 단체들은 이 문제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 등 9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특검팀과 예술인들의 고발 내용 등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2014년 여름에서 2015년 1월 사이에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이거나,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했다는 문화계 인사 9473명이 명단에 담겼다고 한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송강호·김혜수씨 등 연예인들 이름도 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후 교육문화수석실과 문체부를 거쳐 문화예술위원회의 경로로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트가 실제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 수첩(비망록)에 담겨 있다. 김 전 수석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나온 김기춘 전 실장 지시를 적은 비망록을 남겼다.
이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2일 회의에서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어 2015년 1월 2일엔 “영화계 좌파 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조윤선 장관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회의에 참석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도 ‘블랙리스트’를 목격했다며 그 배후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지목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퇴임 한 달 전인 2014년 6월경 직접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밝혔다.
유진룡 전 장관은 “리스트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2013년 8월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후 당시 영화 <변호인>에 문체부가 투자한 것에 대한 지적과 CJ에 대한 제재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구두로 전달되던 내용은 문서화돼 당시 김소영 비서관이 수백 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을 적어 조현재 문체부 1차관에게 전달하고 “가서 유진룡 장관에게 전달하고 그걸 무체부에서 적용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조현제 전 차관이 김소영 전 비서관에게 블랙리스트 작성 출처를 묻자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유 전 장관은 말했다. 그해 6월 신임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다. 조윤선 장관의 주도 여부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비서관은 물론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그 위에 수석이 알았다, 몰랐다는 것은 그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주도자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라고 봐야겠죠. 그 위에 있을까요? 그건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나타냈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있느냐’는 질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장관은 또 지난달 11일 국회의 현안 질문 때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문화·예술 애호가로, 자연인 조윤선으로도 살아가기 힘들 만큼 누명을 썼다”고 했다. 최근 언론에 구체적으로 공개가 된 블랙리스트 일부에 따르면 교수나 시인, 안무가 등 예술계 인사 48명과 영화사나 극단 등 43개 단체 등 91개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대부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또 야당 정치인들과 공동으로 책을 내는 등 조금이라도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사도 대부분 명단에 올랐다. 쌍용자동차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의견을 표현한 행위도 블랙리스트 대상이었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언론사 7곳은 ‘좌파 성향’으로 분류돼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문체부나 그 산하 정부 위원회 사업을 심사하는 외부 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블랙리스트’도 작성됐다.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 등 모두 14명이 용산 참사 해결이나 이명박 정부 규탄과 관련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조윤선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작성에 연루 된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블랙리스트 전체 명단 규모는 약 1만명까지 ‘업데이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