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입주 가뭄이 올해 최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 지역 멸실가구가 입주물량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철거되는 재건축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강남권에서 전세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남 지역 전세도 강보합세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18년엔 다시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강남 전세시장의 물량 부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매일경제신문사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올라온 재건축 아파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멸실물량은 최소 1만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는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 사업시행인가를 이미 받은 아파트 중에서 올해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곳을 골라서 이뤄졌다. 대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이 통과하면 조합원의 이주 시기나 철거 등에 관한 내용이 확정·실행된다. 올해 이주·철거가 유력한 강남3구 아파트로는 우선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와 4단지(2840가구)가 꼽힌다. 개포주공 4단지는 최근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을 통과시켰고, 1단지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관리처분계획을 만들고 있다. 강남구에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중인 청담 삼익아파트(888가구)도 올해 안에 이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에선 무지개아파트(1074가구)가 지난해 10월 관리처분계획을 통과시킨 후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업시행인가가 끝난 아파트들은 관리처분만 받으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주·철거까지 마무리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이주민을 받아줄 수 있는 해당 지역 입주물량은 멸실물량보다 크게 부족한 상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3구 입주물량은 4156가구(서초구 1023가구, 강남구 353가구, 송파구 2780가구)로 분석됐다. 지난해(6241가구)보다 33% 적고, 2014년(9705가구)과 비교해선 57%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송파구 장지동 위례신도시에 공급하는 국민임대(896가구), 장기전세(998가구), 오금동 오금1단지에 공급하는 국민임대(252가구), 장기전세(157가구)를 제외하면 올해 강남에 공급되는 입주물량은 2000가구가 채 안된다. 올해 강남 입주 예정물량 중 가장 큰 단지는 서초 삼호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 푸르지오써밋이다. 지하 2층~지상 36층 7개동, 전용면적 59㎡~120㎡ 총 907가구 규모로 6월 말 입주 예정이다. 같은 달엔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한 대치SK뷰 아파트 입주가 예상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0층, 4개동, 전용면적 59~125㎡ 총 239가구 규모다. 이 외에 서초구 서초동 힐스테이트 서리풀 116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린든그로브 114가구가 가각 7월과 8월 입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 강남지역 전세금은 강보합세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 해당 단지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근처 지역에서 전세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과 2014년은 강남에 새로 들어온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많아 전세가격이 강세였는데 올해는 재건축 멸실아파트 이주가 전세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며 "전세가격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대규모 멸실에 따른 전세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시는 지난달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올해 5월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 5930가구의 이주는 오는 6~9월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봄 이사철을 맞아 이주 수요가 몰릴 경우 주택시장 불안정이 예상된다"며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강남권 전세금이 내년엔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18년엔 강남3구에 입주물량이 1만4371가구나 쏟아진다.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는 송파구에만 9730가구, 서초구에 3375가구, 강남구에 1266가구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내년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