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이 무산됐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문화예술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수미씨는 24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저의 중국투어가 취소되었음을 알립니다. 그들의 초청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한 공연인데 취소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라며 “국가간의 갈등이 순수문화예술분야까지 개입되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큽니다”라고 밝혔다.
조수미는 오는 2월 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세 차례의 중국 투어 공연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자 신청이 뚜렷한 이유 없이 지연되다 결국 공연이 무산됐다.
공연을 함께 하기로 한 세 곳의 중국 현지 오케스트라는 22일 갑작스레 조씨에게 공연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들 현지 오케스트라의 공연 취소 통보는 모두 따로 전달됐지만 서로 조율된 듯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상하이 심포니, 광저우 심포니, 베이징의 차이나 필하모닉 등 세 곳의 오케스트라는 중국 소셜미디어인 위챗의 공식 계정에 공연 취소를 알리는 공고문을 냈지만 취소의 이유는 거의 혹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차이나 필하모닉의 경우 “특별한 사정 때문에” 조수미와 한국인 지휘자 정민이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광저우와 상하이, 베이징 공연은 모두 조씨와 정씨 대신 중국인 소프라노와 지휘자로 교체됐다. 다만 2월3일과 4일 홍콩 필하모닉과 협연하는 공연은 취소되지 않았다.
중국 오케스트라들이 조씨의 공연을 취소하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문화 예술계로 번졌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 역시 조씨의 공연 취소 결정이 있기 며칠 전 3월 18일 예정된 중국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취소됐다. 백씨 자리는 중국인 연주자로 교체됐다. 국내 클래식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당시 연합뉴스에 “정확한 사유는 모르지만 백건우 선생님이 ‘사드 문제로 중국 공연이 취소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들었다”고 전했다.
조씨의 가족은 뉴욕타임스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조수미는) 거의 10년 동안 매년 중국에서 공연을 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이 한류 스타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 단체 관광객 규제를 염두에 둔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등 보복성 조치들을 꺼내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광저우 심포니 등 중국 오케스트라들은 출연 금지 조치의 이유를 묻는 뉴욕타임스에 답하길 거부했다. 조수미는 오는 31일 뉴욕에서 설을 맞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