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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VR시장 거품론... 대기업 웃고, 중소기업 운다...


중국 가상현실(VR) 산업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업고 VR 열풍이 불었지만, 이내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중국에서 ‘VR 거품론’이 불거졌던 것. 특히, 중국 전역에 퍼진 VR방(VR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이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해 ‘중국이 VR 장밋빛 전망에 김칫국부터 마신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10월 소니가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용 VR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VR(PSVR) 제품을 출시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 VR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중국 VR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도 빨리 VR 붐이 일었던 만큼 중국 시장 동향은 한국과 전 세계 VR 성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VR은 2015년부터 신산업으로 본격 주목받으며 가파른 성장을 예고했다. 정부가 VR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에서도 화웨이 등 기업이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일 줄 알았던 중국 VR 시장은 예상과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VR 기기 출하량이 5만대도 미치지 못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는 중국 전역의 VR방 3000여 곳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약 3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VR 콘텐츠가 부족해 소비자가 VR방을 재방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 우후죽순 난립한 소규모 신생 업체들이 내놓는 제품 질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2014년 이후 중국에서는 VR 스타트업이 급속히 생겨났으며, 이들 업체는 제품의 발표를 최우선으로 하고 ‘품질은 뒷전’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VR 소규모 신생 업체의 파산과 인력 감축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4년 200여 개에 달했던 VR 기기 제조업체는 현재 60여 곳으로 정리됐다. 중국 VR 헤드셋 기기 선두 업체인 바오펑모징(Beijing Baofeng Mojing Technologies)은 지난해 10월 직원 500명 중 40%에 달하는 200명을 감원했다.

허강(何剛) 화웨이 BG휴대전화 상품라인 총재도 "VR 기기와 콘텐츠가 성숙하려면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중국 VR 기기 출하 대수는 세계 시장과 비교해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아직 중국 VR 시장이 성장하려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보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공업신식화부에서 지난해 4월 펴낸 ‘중국 VR 산업 백서’는 중국 VR 산업이 확대되려면 VR 기기의 성능과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처리기술, 콘텐츠·소프트웨어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25일 시장조사업체 IDC는 중국 VR 시장이 2017년에 지난해 대비 약 4배인 441.2%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60만대의 VR 기기가 출하됐고, 시장 규모는 1억7200만달러(약 1975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30만대의 VR 기기가 출하되고 시장 규모도 7억2800만달러(약 8357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IDC는 소니, HTC 등 세계 주요 업체가 중국 VR 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키울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 만든 기기보다 성능이 좋고 관련 콘텐츠도 풍부한 편이다. 현재 소니를 비롯해 HTC,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 등 세계 주요 업체가 중국 시장에 VR 기기를 내놓고 있다. HTC는 지난해 11월 중국 선전시와 협력해 공동으로 ‘VR 중국 연구소’ 설립 계획을 추진했다. HTC의 VR 기기 바이브(Vive)는 세계적으로 지난해까지 14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앞선 지난해 4월에는 화웨이가 중국스마트폰 업체로는 처음으로 VR 기기를 공개했다. 이어 스마트폰 제조사로 유명한 샤오미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기어VR처럼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저가형 VR 기기인 ‘미 VR 플레이’를 선보였다.

당시 샤오미는 “미 VR 플레이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레노버도 지난 8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CES 2017’에서 윈도우10 전용 VR 헤드셋을 내놨다.

지난해 3분기 소니 PSVR 출시 이후 같은 기간 중국 내 전체 VR 기기 출하 대수는 전년동기대비 367.9% 증가한 20만4000대를 기록했다. VR 시장이 주로 게임 위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소니 PSVR이 중국에서도 VR 기기 수요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IDC는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80%가 앞으로 VR 제품을 출시할 것이며, 레노버와 델, HP 등도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협력해 VR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중국 VR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DC는 올 상반기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VR 콘텐츠도 꾸준히 출시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현재 중국 내 VR 콘텐츠 플랫폼은 주로 3D 영화, 360도 사진과 영상, VR 게임 등으로 이뤄져 있지만, 아직 콘텐츠 질과 규모가 부족해 차별성이 떨어지고 소비자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레노버 그룹의 창업투자기관인 '레노버창투그룹(LCIG)'도 VR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VR 전문 브랜드인 '쏘리얼(SoReal)'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중국의 대형 미디어 기업인 화이브라더스와 화처미디어 등도 VR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산업기금을 만드는 형식으로 VR 콘텐츠 산업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주축으로 한 콘텐츠 개발도 매섭다.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는 2015년 말부터 '텐센트 VR SDK 및 개발 지원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VR과 자사 상품과의 결합을 추진하는 등 VR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텐센트는 VR 기술을 자사의 게임·동영상·SNS 등과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부터 VR 게임·콘텐츠 개발자도 채용하고 있다. 텐센트는 게임과 영상 자원, 스포츠 중계, 음악회 등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VR 산업을 접목할 다양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도 HTC 바이브, 삼성 기어VR 등 VR 기기 업체와 VR과 전자상거래를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알리바바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교류하며 VR 연구실인 ‘지엠 랩(GM Lab·GnomeMagic)’을 세우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VR연구실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3D 상품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알리바바 픽처스, 알리바바 뮤직, 유쿠(Youku), 투도우(Tudou)에 VR 기술이 입혀진 풍부한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해 2월 미국 증강현실(AR) 스타트업인 매직리프(Magic Leap)에 7.94억 위안(약 1341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AR은 눈앞 현실에 실시간으로 가상 이미지·정보를 더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내에는 VR방 등 체험관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어 오프라인에서 VR 접근성은 좋은 편”이라며 “VR 콘텐츠 질이 향상되면 VR 접근성이 좋은 만큼 중국 내 소비자들이 VR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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