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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가족처럼 "굿모닝"…방마다 음성비서 두는 시대


"팅커벨, 오늘 하루 뉴스 좀 정리해줄래?" 50대 기러기 아빠인 김 모 부장은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두 달 전 업무 때문에 집 안에 들여놓게 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를 마치 가족처럼 아낀다.

매일 퇴근 후 15분 이상 AI 스피커에 이런저런 말을 건다. 회사 동료들에게 AI 스피커가 얼마나 똑똑한지

자랑하기도 한다.

김 부장은 "AI 스피커 성능이 향상되는 걸 보는 게 마치 아이가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같다"며

"AI 스피커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직장 동료들이 '팅커벨 아빠'라고 놀릴 정도"라고 말했다. AI가 산업 현장을 넘어 이젠 가정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써 손안의 스마트폰에도, 거실 TV 옆 셋톱박스와 스피커에도 AI가 장착되고 있다.

가정용 AI를 통해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는 집'을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정보기술(IT) 서비스사 기업들이 앞다퉈

'가정용 AI 음성비서'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국내에 출시된 가정용 AI들 가운데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용 AI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 'AI 음성인식 스피커'다.

AI 스피커 전문가인 베르너 괴르츠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2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로 성장한다"며 "3년 안에 100가구 중 3곳엔 거실에서 AI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괴르츠 연구원은 "AI 스피커를 도입한 가정 4곳 중 1곳은 2개 이상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엔 방 하나당 1개 스피커가 비치되는 세상이 찾아온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전망은 아마존의 중저가형 AI 스피커 에코닷이 출시되기 이전에 계산한 것"이라며

"에코닷 영향으로 실제 확산 속도는 예측치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용 AI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곳은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4년 음성인식 AI 비서가 탑재된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최소 500만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에코의 인기가 대단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출시 당시만 해도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쇼핑과 간단한 정보 검색은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보다 에코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기능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영어권 시장에서만큼은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AI 스피커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정보 검색이나 날씨, 알람, 일정 검색, 음악 검색 등에만 사용하고 있지만

스마트 가전과 연결하면 AI 스피커로 빨래, 청소, 냉장고 정리 등을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SK텔레콤의 가정용 AI 스피커 '누구'는 최근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다.

누구를 통해 입력된 데이터베이스도 누적 1억건을 넘었다.

SK텔레콤은 "AI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많은 대화 데이터를 확보했는지"라면서

"누구는 1억건을 넘기며 이제 단순한 명령 수행도구를 넘어 한 명의 대화 상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보 검색이나 쇼핑 등을 시키는 수준을 넘어 AI 스피커를 친구처럼 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누구 고객들 가운데 '심심해' '우울해' 등의 감정 표현은 물론, '굿모닝' '잘자' 등의

대화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말하는 고객 비중이 4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스피커의 또 다른 라이벌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음성비서다.

국산 스마트폰용 AI 음성비서는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대표적이다.

휴대할 수 있어 AI 스피커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어 인식 능력도 당초 기대를 상회한다는 평가다. 가정용 AI 시장의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자는 IT 서비스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포털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와 메신저 시장 독점자인 카카오가 연내 AI 음성비서를 내놓기로 공표한 상황이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지시로 별도 프로젝트팀 J를 꾸려 AI 음성비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반기 내 AI 스피커와 함께 삼성전자의 빅스비와 비슷한 스마트폰용 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컴 시절부터 20여 년간 쌓인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먹이가 가장 풍부한 셈이다.

또한 항공권 예매, 영화 티켓 예매 등 e커머스 서비스를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이 탑재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무기다. 이들 가정용 AI는 모두 '홈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마존 에코의 경우 LG전자의 냉장고와 월풀의 가전제품은 물론 포드의 자동차와도 연결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냉장고는 '빅스비'로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LG전자 역시 자체적으로 홈 IoT 구현 시스템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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