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아이폰으로는 결국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애플의 폐쇄적 근거리무선통신(NFC) 정책에 대해 사실상 “문제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1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애플 NFC 정책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실무 차원 의견을 전달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애플의 NFC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운용계획 처벌 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법리 검토해왔다.
애플은 NFC 기술을 애플페이 용도로만 사용하고 관련 API를 공개하지 않아 국내 NFC 결제사업자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NFC를 활용한 서비스는 결제 외에도 인증,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 서울시 택시안심귀가 서비스,
경찰청 NFC 신고시스템, 신용카드사 앱카드 및 본인인증, NFC 간편결제 등이 있다.
하지만 애플이 폐쇄적 운용을 하고 있어 아이폰 유저는 유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핀테크산업협회는 지난해 10월 해당 조항을 근거로 애플이 NFC API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방통위는 애플 측에 이 같은 의견 전달 후 답을 기다렸지만 애플본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핀테크산업협회는 의견서에서 “애플의 NFC 폐쇄 정책은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라며
“해당 시행령 고시에 이를 반영해 애플 NFC 기능을 오픈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NFC 관련 사업자들도 애플의 폐쇄적 NFC 운용으로 아이폰 사용자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업계 기대와 달리 방통위는 애플 정책이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고시, 7월 시행 예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핀테크산업협회는 방통위 의견을 청취한 후 고시 행정예고 기간(3월 27일~4월 17일)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방통위는 다른 기관·기업에서도 애플 정책 관련 의견 제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실무 차원 의견을 전제로 “세계 어디에서도 API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처벌한 사례는 없다”며
“API는 사업자에게 저작권이 있는 만큼 공개 여부는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방통위 고시에도 '전기통신서비스의 안정성 및 보안성 확보를 위한 경우'와
'행위주체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는 경우' 등은 부당한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애플의 API 비공개를 '정당한 이익 보호'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이상, 유관 기업이 후속조치를 취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며
“최근 비슷한 사례가 호주에서 있었는데 결국 애플의 폐쇄적 NFC 운용에 위법사항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주 공정위는 현지 4대 은행연합이 애플 NFC 기술 접근이 가능하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거절 의견을 표명했다.
애플 아이폰 말고도 다른 지불수단이 많아 은행에게 NFC 접속을 허용하지 않아도 소비자 효용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NFC 관련 기업 자문을 맡고 있는 구태언 테크엔로 변호사는
“다양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부가 위법성이 없어 보인다는 결론을 내린 이상 업계로선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