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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옥자는 ‘룰브레이커’, 판 흔들다


우리 대중음악계와 영화계가 고민에 빠졌다.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 발매한 새 앨범이 디지털 저장매체인 USB에 다운로드 링크가 담기는 방식으로 발매하고

봉준호 감독이 세계 최대 OTT(인터넷TV) 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 영화 ‘옥자’를 공개하면서다.

USB에 담긴 음원 다운로드링크를 음악 앨범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스트리밍 영화를 극장과 안방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것은

룰에서 어긋나는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다. 전자는 음악 앨범의 개념을 깨뜨렸으며 후자는 영화 배급의 관습을 뒤집었다.

가온차트는 19일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의 새앨범 ‘권지용 USB은 앨범이 아니’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19일 음반과 앨범의 개념을 구분하며 “권지용 USB는 ‘음반’에는 해당 될 수 있다.

가온차트의 ‘앨범’의 정의는 ‘음반’의 정의와 다르며,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만으로 한정한다”고 밝혔다. 가온차트는 기존의 규정을 존중해 정책적인 판단을 했다.

“개정 저작권법처럼 ‘디지털 음원’까지 모두 음반으로 정의하게 되면 현재 유지되고 있는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 및

다운로드 차트와 앨범차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드래곤이 USB 앨범 형태로 발표한 ‘권지용’은 실행하면 특정 사이트로 이동,

케이스의 일련번호를 입력해 음원을 다운로드 받도록 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는 이를 앨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반면 한터차트에서는 음반으로 보는 등 의견이 갈렸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이데일리에 “YG는 가온차트 의견을 존중한다”며

“지드래곤의 의견대로 중요한건 음악이라 생각하며 다만 음악을 담는 방식을 고전적인 형태로 가두는 것과

시대에 맞지 않는 집계 방식은 아쉽다”고 의견을 냈다.

CGV를 비롯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주요 영화 멀티플렉스 체인은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방송하기 때문에 영화계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다.

극장은 ‘옥자’가 개봉이 3주가 지난 후에야 VOD 및 IPTV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홀드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옥자'는 12일 이례적으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아닌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했다. ‘옥자’는 가입자 1억여 명을 넷플릭스가 600여억 원을 투자해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다.

지난달 28일에 막을 내린 제70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 진출했으나 프랑스 극장 배급업자들이

영화의 배급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항의했다.

당장 내년부터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옥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의 영화제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업계의 새로운 룰과 규칙을 세우는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다”며

‘옥자’를 계기로 온라인 스트리밍 영화나 극장 개봉 영화와 관련한 업계의 세부적인 룰이나 규칙이 다듬어지기를 바랐다.

“홀드백을 원하는 멀티플렉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동시상영을 원하는 넷플릭스의 원칙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친숙함이 무너질 때 새로운 질서와 문법이 생긴다.

누군가는 이를 진보라 한다. 음악이 들어있지 않은 앨범과 배급 순서를 뒤집은 영화가 등장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며 기존의 개념이 흔들린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당사자인 지드래곤은 어떤 플랫폼을 통하느냐가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

그는 SNS에 “중요한 건 겉을 포장하고 있는 디자인적 요소에 재미까지 더한 그 형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아닌 곳에

그 누가 어디서 틀어도 그 안에 담겨진 음악, 내 목소리가 녹음된 바로 노래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룰브레이커가 등장했으니 새로운 ‘룰’을 정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드래곤의 USB에 대해 당장은 앨범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며 논의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앨범은 기본적으로 ‘노래집’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인터넷 링크만 든 권지용 USB는 이를 깨뜨리는 것”이라며

“디지털 환경이 나날히 발전하는 만큼 새로운 형태라 볼 수 있으나 이를 ‘맞다 아니다’로 구분지는 건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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