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시험발사 하루 만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화성 14형에 새로 적용한 기술을 상세히 설명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덧붙였다.
그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을 향한 것이었다. ◇ "미국놈들 매우 불쾌했을 것"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김정은 발언'은 이렇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을 눈여겨보았을 미국놈들이 매우 불쾌해 했을 것이다.
독립절(미국 독립기념일)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 보따리'를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 "미국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까지 단번에 통쾌하게 성공함으로써 우리 당의 절대적인 권위를 결사옹위했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김정은 발언, 거꾸로 읽어보니 김정은 위원장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무척 강조했다.
그런데 단서를 붙였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거꾸로 읽어볼 여지가 듬뿍 담긴 표현을 그는 사용했다.
뒤집으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된다면, 핵과 미사일을 협상탁자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협상'이란 말이 나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는 올 초 신년사에서 '핵 무력 및 타격력 완성'을 목표로 설정했고, 북한은 그 목표를 향해 줄기차게 달려 왔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미국과 한국의 정권 교체 등 대외 변수가 많았지만
'핵 무력 완성'을 향한 스케줄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화성 14형 발사시험을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이라고 주장했다.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과 단 분리 기술"을 '확증'했으며 "핵탄두 폭발조종 장치가 모두 정상 동작했다"고 강조했다.
게임체인저란 진단은 그동안 '미래의 위협'이던 북한 핵무기가 이제 미국에 '현재의 위협'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화성 14형 발사 후 위와 같은 발언을 통해 미국에 보낸 '메시지'는 이렇게 정리된다.
"우리는 마침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단을 갖췄다. 이제 제대로 된 협상 제안을 해보라."
◇ 선택지 별로 없는 트럼프 워싱턴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ICBM 발사로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대북 강경 발언이 북한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더 큰 위협을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비난한다"는 문구의 성명을 통해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북한은 7~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과 만날 예정인 가운데 ICBM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 문제는 이미 G20 회의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태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북한의 유일 동맹이자 경제적 생명줄인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한편으론 북한과 세계 각국의 무역, 외교 교류를 억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ICBM 시험 발사 직후에도 중국을 향해 수사적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조롱하는 어투의 트위터를 남기기도 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크리스 슈타이니츠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 협력을 약속하긴 했지만
압박과 동시에 북한 정권을 유지시키는 전략를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슈타이니츠 연구원은 "중국은 모든 것을 이런 식으로 본다. 매우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적당한 때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며
그 사이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앤서니 루지에로 연구원은
"안타깝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북한에 더욱 왕성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 제재를 거부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미국 주도의 새로운 대북 제재가 최선의 대응 방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