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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20가구 삶터 잃어, 차에서 새우잠… 청주 수해 르포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네유.”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리는 수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전날 시간당 90㎜가 넘는 물 폭탄을 맞고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잃은 이 마을 주민들은 긴 한숨만 내쉬었다.

주민들은 흙을 쓸어내고 가재도구를 세척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양수기를 동원해도 집안 곳곳에 쌓인 진흙을 청소하는 건 쉽지 않았다. 운암리 황사일(75) 이장은 “밤이 아니라 아침에 비가 와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식사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해결하고 좁은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침수된 집들은 70대 이상 노인들만 살고 있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 이장의 이웃집도 난장판으로 변했다.

이정임(79·여)씨는 “아침식사 후 쉬고 있는데 방안에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조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했다”며

“8남매를 키운 정든 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속상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청주시내는 전날 오후부터 복구 작업이 시작돼 건물과 거리에 쌓였던 진흙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

사직동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안성호(51)씨는 “수억원에 달하는 복사기가 물에 잠겨 생계가 막막하다”며

“청주시가 배수 관리만 잘했어도 피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폭우로 도로 보수 공사를 하던 50대 공무원이 사망한 사실도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서 근무하던 도로보수원 박모(50)씨는 전날 오후 8시30분쯤 청주시 오창읍의 성산삼거리에서

도로 보수를 한 뒤 작업차량 안에서 옷을 갈아입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지역 지자체와 의회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청했고 국민안전처는 청주시와 증평·진천·괴산군 등

4개 시·군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기습 폭우로 전국적으로 5명이 숨지고 보은에서 1명이 실종됐다.

충남북을 중심으로 659채의 가옥이 물에 잠겼고, 청주시와 괴산군에서만 202가구 4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충북도는 도내 전역에 16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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