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경제 성장의 핵심 주체로 중소·벤처·창업 기업을 꼽고 있지만,
새로운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고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고 있어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수제 맥주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벨루가'는 최근 규제로 난항을 겪다가 '무기한 휴업'을 선언했다.
벨루가는 작년부터 간단한 음식과 함께 맥주 4병을 2주에 한 번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로 입소문을 탔다. 국세청은 작년 7월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맥주' 배송을 합법화했다. 치킨, 족발 배달과 함께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 현실을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맥주와 음식을 함께 배달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벨루가도 이에 따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국세청은 '전화로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에 주류는 부수하여 배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류고시 및 주세규정사무처리 개정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자 기존 외식업체와 주류회사들의 민원이 지속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 통신 판매를 허가한 것이 아닌데, 이를 악용한 업체들이 생겨났다는 게 국세청 입장이다. 벨루가는 이에 따라 직접 조리한 햄버거, 소시지 프랑크 핫도그, 치즈스틱 등과 함께 맥주를 배송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규제 벽에 부딪혔다. 관할 세무서에서 민원이 제기됐다며 조사를 나온 것. 음식과 함께 맥주를 배달해도 통신 맥주 판매가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게 세무서 판단이다.
계속 판매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세무서 대답에 벨루가 측은 결국 잠정 휴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상민 벨루가 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하려고 노력했지만,
1년 새 법이 바뀌면서 범법자가 된 것 같다"며 "우리같은 사업자는 어떻게 서비스해야 하는지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해 당분간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제에 가로막혀 서비스를 중단 혹은 변경한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벨루가와 비슷하게 생맥주·음식을 배달하던 스타트업도 현재 배송서비스를 멈춘 상태다. 모바일 중고차 거래중개업체 '헤이딜러'도 불법업체로 분류돼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캠퍼스가 지난 1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도 해외 상위 100대 스타트업(투자액 기준) 중 57곳은
한국에서 창업했을 경우 규제에 때문에 사업을 시작할 수 없거나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규제로 스타트업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해외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오는 동안 국내에서는 혁신적 서비스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정부는 5개년 국정계획을 발표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벤처투자 환경을 만들어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창업 실패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혁신적 아이디어가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돕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