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3월 국정농단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린 뒤 4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5시간 동안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게 “모른다” “아니다”를 반복하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특히 최순실과 정유라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5시간에 걸친 신문을 받았다.
2일 오후 4시45분쯤 서류봉투를 들고 법원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으며
그룹 미래전략실 업무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관련 지식도 없고 업계 동향도 몰라 두 회사 사장들과 미전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왜 내 그룹 내 지배력 강화와 연결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합병건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건의한 적은 있지만 최 실장이 합병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해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상황을 진술하며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인지조차 못했다고 반박했다.
독대 당시 대통령이 ‘승마(협회)’ 지원을 제대로 하라는 식으로 질책해 당황한 것은 맞지만 정유라의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 실장께 질책 받은 얘기를 했고 최 실장이 믿고 맡겨 달라고 해서 따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 이 부회장은
미전실 회의 소집 대해 “주재한 적도 없고 회의든 식사든 상석에 앉은 적도 없다. 최순실과 정유라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3차례에 걸친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얘기를 들은 적도 말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앞서 최지성 전 부회장도 피고인 신문에서 “승마 지원에 최순실과 정유라가 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당시 최순실이 뒤에서 장난질을 치는 것 같았는데 확인할 수 없었다.
유언비어 같은 걸 이 부회장에게 옮겼다가 잘못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대한승마협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 질책은 사실상 정씨를 지원하라는 지시였다고 지적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다음날 삼성이 긴급회의를 열고 박상진 전 사장을 독일로 출국시킨 것도 뇌물혐의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신문은 오후 11시20분까지 이어졌다. 예정보다 길어지자 재판부는 신문을 종결한 뒤 3일 속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 측의 최종 법리공방을 지켜본 뒤 오는 7일 결심에 이어 이달말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