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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서 1년 만에 “또! 여자라서 살해당했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6일 다시 여성들이 모였다. 이들은 여성혐오 범죄 가중처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은 가면과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 100여명이 10번 출구 옆 길바닥에 앉았다. 이들은 ‘남자들이여,

여자들 죽이기를 멈추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여성혐오 범죄 처벌하라”고 외쳤다. 이곳에선 지난해 5월에도 이른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희생자 추모제가 열렸다. 이번에도 살인사건이 시위의 발단이 됐다.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에서 미용업소를 운영하던 여성이 손님을 가장한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범인은 인터넷 방송을 보다 한적한 곳에서 여성 혼자 업소를 운영한다는 점을 포착해 범행을 계획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여성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여성 혼자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표적이 됐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등 게시물이 올라왔다. 결국 지난 1일 시위를 준비하는 온라인 카페가 개설됐고 3, 4일 만에 1300여명이 가입했다.

집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모금은 하루 만에 목표액 370만원을 달성했다. 카페를 개설한 A씨는 “이런 범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카페를 만들었다”며

“회원수와 모금액이 빠르게 늘어나는 걸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도 일상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모(20·여)씨는 “몰래 카메라나 데이트 폭력 등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가 매일같이 발생한다”며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시위 주최 측은 ‘여성혐오 범죄 가중처벌 특별법’ 입법 청원 서명을 받았다.

박모(19·여)씨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은 결국 경찰도 검찰도 여성혐오 범죄란 걸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제도적으로도 개선된 게 없다”며 “여성혐오 범죄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가중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성들이 집회를 여는 일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집회를 앞두고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는 “가만두지 않겠다” “패버리겠다”는 글이 올라왔고,

주최 측에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이들도 있다고 한다.

집회에는 남성들의 참가가 금지됐다. 현장에는 경찰 100명이 배치됐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주최 측의 불안감이 커 원래 계획보다 경찰 인력을 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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