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법조계 안팎과 인근 주민 등의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부장이 지난 6월 말 자신이 다니던 법무법인 ‘바른’을 퇴사하고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10일 보도했다. 현재까지 출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바른의 한 관계자는 “60대가 돼서 좀 쉬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다”며 “출국 준비가 필요해
8월 중순 나간다고 했지만 관광비자는 아닌 것 같다”고 시사저널에 말했다. 인근 주민도 “이 변호사의 가족을 못 본 지 3주나 됐고, 차량 2대도 움직이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증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변호사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에는 신문과 택배 등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태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검찰을 그만두고 2009년 9월 법무법인 바른에 영입됐다.
바른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변호한 곳이다.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런 사직과 미국 출국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이후 국정원이 주도하는 적폐청산 작업에 압박을 느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MB정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의 댓글 활동과 SNS장악 문건, 서울시 간첩조작사건, 고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등
13대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사건의 주요 당사자로 조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5월13일 SBS가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
지난해 박연차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 전 부장은 2015년 2월 한 매체에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의 누가 주도 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때가 되면 밝히겠다는 입장만 거듭 강조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 전 부장이 만들어 낸 말이다. 논두렁 시계와 국정원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논두렁 시계 사건은 국정원이 아닌 검찰이 당시 대검 중수부를 상대로 직접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부장의 미국 출국은 석연치 않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검사장까지 지난 50대 후반의 변호사가 해외로 나갈 일이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이 전 부장이 자주 들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