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1년 전 계란 안전에 관한 종합대책을 만들고도 발표·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책에는 식용란의 계란유통(GP)센터를 거친 유통 의무화, 산란계 농가에 동물용 약품 사용 매뉴얼 배포 등이 담겼었다.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 예방·관리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살충제 계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서 적발된 68개 친환경 농장 중 1곳을 빼고 모두 민간 인증기관에서 인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농장 2곳의 계란에서는 맹독성 농약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잔류 허용 기준치(0.1㎎/㎏) 이내로 검출됐다.
‘DDT 계란’은 출하 중지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퇴직 후에 민간 인증기관에 취업한 ‘농피아’(농식품부 공무원 출신 인사) 감사를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입수한 ‘계란안전관리대책’ 초안에 따르면 식약처는
식용란 수집·판매업자 2100명 가운데 95%가 선별·검란 기능이 없는 단순유통업자로 위생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책은 지난해 6월 만들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식약처는 식용란의 경우 전문적 검란·선별·포장 등 위생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GP센터를 거쳐 유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도 GP센터가 있지만 식용란의 3분의 1 정도만 이곳을 거친다. 잔류물질 검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17쪽 분량의 대책에는 계란 잔류물질 연간 1000건 이상 검사, 살충제 등 동물용 약품 사용 요령 매뉴얼 제작·배포, 식용란 난각 표시사항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내용은 지난 18일 정부가 발표한 계란안전관리 대책의 내용과 유사하다. 그러나 식약처의 대책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같은 해 10월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이를 대신했다.
시행규칙 개정에는 GP센터 확대, 계란 잔류물질 검사 강화 등 주요 내용이 빠졌다.
되레 합리적 규제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축산물 영업자의 위생교육 면제 확대가 포함됐다. 계란 유통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점은 이번 1239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친환경 인증 농장이 취소된 68곳 중 67곳이 민간기관이 부실 인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조사라는 의혹도 남아 있다.
정부는 19일 시·도 부지사 회의를 열어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대상 농장 3곳 중 1곳꼴인 420개 농장의 보완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