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일본 상공을 통과하도록 쏜 발사체는 3개로 분리돼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이 결과가 의도하지 않았던 거라면 미사일 도발은 실패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탄두를 분리해 여러 방향을 공격하는 다탄두 미사일일 경우 동아시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5시57분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으로 발사했다.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떨어졌다”며 “한국과 미국 당국이 공동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발사체의 비행거리를 2700㎞, 최대 고도를 550㎞로 분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사흘 만이다. 지난 26일 오전 6시쯤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날아들었다.
이번 발사체는 일본 상공을 지나간 점에서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방위성은 자국 상공을 예고 없이 통과한 북한 미사일을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는 보도했다. 발사체가 낙하하면서 3개로 분리된 점도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 발사체를 자위대 무기로 공중에서 파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사체 분리로 추론할 수 있는 결론은 요격을 제외하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실패, 또는 다탄두 미사일을 통한 화력 과시.
먼저 발사체가 대기에서 마찰과 고열을 이기지 못하고 폭파됐을 수 있다. 발사체의 분리는 폭발로 인한 파편이라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이 가능성이 유력하다. 반면 다탄두 미사일일 경우 동아시아 전체는 심각한 안보 위기를 맞게 된다.
다탄두 미사일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군사강국이 보유한 현대전의 신무기다. 미사일 한 기로 탄두를 분리해 여러 곳을 타격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통한 요격도 어려워진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은 지난 1월 25일 다탄두 미사일 실험에 성공한 뒤
“다량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군사강국들이 다탄두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금까지 다탄두 미사일을 선전하지 않았다.
다만 2015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4형’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졌다.
지난 13일 중앙일보 보도에서였다. 신문은 “미국 국방정보 탄도미사일 분석위원회의 ‘탄도·순항미사일 위협’ 보고서에서 화성-14형의 탄두의 수가 ‘미상(unknown)’으로 기록됐다”며
“화성-14형은 설계 과정에서 러시아의 다탄두 미사일을 모방했다는 첩보가 있다.
단탄두가 아닌 다탄두로 개발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 평가”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