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 출석하면서 경호원을 대동했다.
그 옆에는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중장년 남성들이었다.
빨간 모자와 선글라스로 ‘무장’한 보수단체 해병대구국결사대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이곳을 지나갔던 2년 전처럼 원 전 원장의 표정은 무겁지 않았다.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2년 전처럼 간간이 옅은 미소만 지었다.
원 전 원장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 시작을
15분여 앞둔 오후 1시45분쯤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사건은 4년 넘게 표류했다. 원 전 원장이 2013년 6월 기소된 뒤 대법원까지 세 차례 선고된 판결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2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으로 판결이 뒤집혀 법정구속됐다. 대법원은 2015년 7월 사실관계 추가 확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2년 넘는 공판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근거였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 파일 등의 증거 인정 여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일부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공직선거법을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파기환송 재판을 받은 원 전 원장은 곧바로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이동했다.
호송차량에 탑승할 때 원 전 원장의 옆에는 경호원이나 중장년 남성들이 아닌 법무부 직원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