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다방 여종업원을 납치해 적금통장을 빼앗고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남성이 15년 만에 붙잡혔다.
경찰이 SNS에 올린 공개수배 사진을 보고 연락해온 시민의 제보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가 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과 미제사건팀은 강도살인 혐의로 양모(46)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범행당시 적금 인출을 도와준 김모(38·여), 이모(41·여)씨 등 2명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쯤 부산 사상구 한 다방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A씨(당시 21세·여)를 납치해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명지동 바다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적금통장을 빼앗아 은행계좌에서 2차례에 걸쳐 현금 796만원을 빼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금 296만원을 인출한 뒤 주점 종업원 김씨 등 2명을 동원해 A씨의 적금(500만원)을 해약하고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이 돈의 일부를 김씨 등에게 사례비로 지급했다. A씨의 시신은 인근 서낙동 강변으로 떠밀려와 같은 해 5월 31일 발견됐다.
이어 경찰 수사과정에서 살해 다음날 낮 12시15분쯤 한 남성이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서 296만원을 인출하는 장면과
6월 12일 부산 북구의 한 은행에서 여성 2명이 적금을 해지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남성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CCTV 화질도 좋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더 이상 수사가 진척되지 못해 장기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5년 7월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경찰은 같은 해 9월 미제사건팀을 꾸렸고
범인들이 현금을 인출하고 적금을 해약하는 장면이 담긴 CCTV화면을 공개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공개수배에 나선 후 여성 공범 2명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고 경찰은 수사 끝에 지난해 4월 김씨와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을 통해 주범 양씨의 전화번호 등을 확보하고 1만5000여건의 통화기록을 분석해 양씨의 신원을 파악, 지난 21일 체포했다. 양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당시 포착된 CCTV 속 인물과 양씨를 유사한 각도에서 촬영한 얼굴 모습 분석,
돈을 찾을 때 사용한 전표 필적과 최근 필적 대조 결과 등으로 볼 때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얻었다. 양씨는 2002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붙잡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2003년 부녀자 강도강간 사건으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후 2014년 출소했다.
경찰은 양씨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지만, 인출을 도운 공범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추가 공범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