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와 김제동이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이명박 블랙리스트’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23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국가기관을 이용해 여론을 장악하고 조작했던 과거 정권의 의혹을 추적하는 ‘은밀하게 꼼꼼하게, 각하의 비밀부대’편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김제동과, 김규리가 출연해 고충을 털어놨다.
MB시절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김제동은 자신의 집에 찾아온 국정원 직원과 대면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그알’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국정원 직원이 날 찾아왔다.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좀 안가는 게 어떻겠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직원이 내게 ‘VIP가 걱정이 많아서 그렇다. 안가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내가)VIP가 누구냐고 물었다”면서
“국정원 직원에게 ‘가서 똑똑히 전해줘라. 당신 임기, VIP 임기는 4년 남았지만 내 유권자로서의 임기는 평생 남았다.
누가 더 걱정해야하는지 보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제동은 국가 권력 앞에서 자신도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렇게 (국정원 직원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겁이 났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한테 창피하게 무릎 꿇지는 말자고 생각했다”면서
“한 쪽 무릎은 꿇더라도 나머지 무릎은 좀 들고 있자.
보는 눈이 많은 사람한테도 이렇게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노골적으로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면서 한탄했다. 김제동은 또 “그들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라면서
“그것이 어떤 정권이든 간에 국민은 사안에 따라 정부를 비판할 권리가 있다”면서 “권리는 우리에게 있고 권한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는 말을 덧붙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악플에 시달려온 배우 김규리도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예요.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았고 제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사이에서 왜곡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규리는 2008년 5월 MB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벌어진 촛불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한 이후 수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다. 그는 “댓글을 통해 ‘너 아직도 안 죽었어? 왜 안 죽었어?”라는 말을 계속 들었다. 이로 인해 죽음을 결심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죽음 엄마를 만나러 갔다. 그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나를 욕했다”며 “내가 피해본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내가 욕을 먹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