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기만 했던 통신사와 문자메시지발송업계가 '생존'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관련 업계에 쏠쏠한 수익원이었던 '기업메시징' 시장이 카카오 알림톡 등 무료 플랫폼의 확산으로 입지가 점차 좁아졌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기업메시징협회와 손잡고 '기업메시징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다.
기업메시징협회는 다우기술, 인포뱅크, 스탠다드네트웍스 등 대량 메시지 발송서비스나 기업 안내문자 등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로 구성돼있다. 그동안 통신 3사와 메시징 사업자들은 기업용 문자메시지 사업을 두고 첨예한 경쟁을 벌였다.
통신 3사가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통해 사실상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기본제공하자 메시징 업체들은
고객사에 불법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기업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통신 3사 역시 기업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자금력을 동원, 문자서비스 요율을 낮춰 업계의 출혈경쟁을 유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시징 사업자들은 대부분 중소 영세업체들인데, 통신 3사와 같은 대기업이 메시징 업체에 제공하는 원가보다 더 낮은 요율로
기업 고객을 공략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면서 "2014년 기준 5000억원 규모이던 기업메시징 시장이 올해는 약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업체별 수익은 갈수록 줄어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메시징 업체들은 정부 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고 통신 3사의 영업행태를 규탄하기도 했다.
통신 3사도 메시징 업체들이 기업고객들에게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대립각도 갈수록 첨예해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카카오 알림톡 등 무료 메시징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양측은 대결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상생협의체는 중계사업자 지원방안, 과다 리베이트 금지 등 불공정행위 자정 논의, 기업메시징 시장 확대방안 등을
모색한다"면서 "우선 중계사업자 중 규모가 작은 사업자들에 대한 요금할인, 프로모션 제공 등을 통해
중소형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특정 사업자가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요율 조정을 통해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식의 불공정행위도 시장 혼탁을 막기 위해 자정 노력을 더하기로 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 개발 여력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대기업인 통신사는 중소사업자들과 함께 신규 플랫폼 개발 등 연구 개발 투자를 늘리고
사업자들은 시장 확대 기회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상호 윈-윈효과를 도모하자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메시징 업체들을 통해 주로 발송되는 불법 스팸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자정 노력도 함께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