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철거된 전설적인 홍콩의 슬럼가 구룡성체의 이야기이다. 이 곳은 영국과 중국 모두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특수지역으로, 무허가 건축물로 가득 차있다. 원래 이름은 ‘구룡채성'으로, 송나라까지의 긴 역사를 뒤로 한다.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소금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기지로서 세워졌고, 1810년에 구룡성 포대가 된다. 1842년에 아편 전쟁으로 식민지화되면서 청나라가 영국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서 적극 활용한 장소이기도 하다.
1898년에는 영국이 신계 지역을 홍콩 권역으로 추가 포함했는데 구룡 성채만 중국 관할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영국이 트집을 잡아 중국의 행정관이 퇴출되자, 구룡성채는 다시 관할권을 잃었다.
그러자 제 2차 세계대전 후 내전을 피한 난민들이 홍콩에 밀려 들어오던 중 주권 공백지대인 구룡 성채에 몰리게 되었다.
인구가 극도로 밀집된 미로 같은 슬럼 지역이 형성되었고, 제곱 킬로미터당 190만 명의 인구로 역사상 최고의 인구 밀도를 기록한다. 구룡성은 중국 정부 소속으로 간섭을 받지 않았고, 홍콩과의 통행이나 이주가 자유로웠다.
당분간 치안 유지를 위한 공권력도 부재해 자경단이 활약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중국과 영국에 대한 참정권은 없었으나 홍콩에 납세하면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누렸다. 구룡성체는 마구잡이로 지어진 고층 건물의 숲이 특징이다.
인구가 늘면서 건물은 높아져만 갔고, 카이탁 국제공항에 근접해 규제상 6층 이상의 건물을 지으면 안되지만 최고 15층까지 무작위로 건물을 세웠다.
시간이 지나며 골목은 더 미로 같아지고, 아파트도 닭장이나 다름 없어져 버렸다.
대낮에도 햇빛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어둡고, 축축하고, 여유 없는 환경에서 수도관과 전기 배선은 천장에 자리잡아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영화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이후 홍콩의 중국 반환과 함께 철거가 결정되었고, 1993년 철거 직전 일본 탐험가들을 고용해 지도를 제작했다.
이 이미지는 결국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다시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배트맨 비긴즈 등 많은 영화와 만화에 쓰이게 된다. 현재 이 곳은 구룡성채 공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