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도 철원에서 도보로 이동하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이모(22) 상병은 인근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모 상병은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전투진지공사를 마치고 같은 소대원들과 함께 걸어서 부대로 복귀하던 중
머리에 총을 맞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애초 군 당국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27일 철원군청에서 사건 중간 브리핑을 열고 ‘도비탄’으로 추정되는 총탄에 맞아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브리핑 직후 예비역들을 중심으로 이모 상병의 죽음이 ‘도비탄’보다 ‘유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결국 군의 특별수사 발표로 군이 추정한 도비탄이 아닌 직격탄에 맞아 숨졌다는 예비역들의 추론이 옳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역들은 군의 초기 발표가 잘못됐다며 사격장과 이모 상병이 숨진 위치의 거리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두 지점은 340m 떨어져 있어 K-2 소총 유효사거리인 460m 반경 내로 직격탄에 맞을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 부대 출신 예비역들은 사격장 지형을 직격탄의 근거로 들었다.
사격장 내 사로부터 표적지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발사된 탄환의 궤도를 변경하게 할 만한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방부 조사본부 9일 기존 중간 수사발표를 뒤집는 특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사격장의 '구조적 문제'를 공개했다. 군은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 각도가 2.39도만 높아져도 탄환이 사고 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격훈련 때 표적을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총구가 살짝만 들려도 탄환이 훈련장을 벗어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상병은 그렇게 사격장을 벗어난 탄환, 즉 '사격훈련 중 잘못 쏜 총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근거도 제시했다. 사격장 사선에서 280m 거리에 방호벽이 있고, 그 방호벽 끝에서부터 60m 떨어진 지점을 걸어가다 이 일병은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사고 지점 주변의 나무들을 살펴본 결과 피탄흔이 70여개나 있었다.
이 일병이 맞은 총탄처럼 훈련 도중 잘못 쏴서 방호벽 너머로 벗어나 주변 전술도로까지 날아간 탄환이 그렇게 많았던 것이다. 이 일병의 사망은 사격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도비탄' 사고의 불행이 아니라 안전대책이 턱없이 미흡했던 군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현역 군 간부 A씨는 뉴시스에 “초기 수사 단계에서 너무 성급하게 원인을 추정하고 발표한 것이 화근”이라며
“도비탄 추정 발표는 사실 책임 면피용 발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는 훈련 통제에 실패한 사격훈련부대 중대장과 사격훈련 총성을 듣고도 병력 이동을 중지하거나
안전한 도로로 우회하지 않은 병력인솔부대 소대장·부소대장 등 모두 3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