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1월 중순부터 모든 시내버스에서 음료 반입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하기로 했다.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뜨거운 커피 등 음료를 갖고 타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방송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안전운행을 위한 안내방송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30일 밝혔다.
대구시는 이미 2015년부터 시내버스 1500여대에 ‘음료수 반입 금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이런 조치는 최근 버스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승차하는 승객이 많아지면서 '커피 사고'가 이 늘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뜨거운 커피를 쏟거나 흘려 다른 승객에게 화상을 입히거나 옷을 더럽히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버스업계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승차하는 승객을 하루 약 3만 명으로 추산한다. 6900대 시내버스 한 대에 평균 4~5명이 컵을 들고 있다고 한다.
겨울과 여름에 특히 많다. 온라인에는 ‘셔츠에 옆 사람 커피가 흘러 세탁비 받아내느라 힘들었다’ ‘옆 사람이 커피를 쏟아 신발까지 젖었다’ 같은 글이 잇따른다.
‘뒷좌석에서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었다’ 등 '심각한' 경험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기사가 컵을 든 승객의 탑승을 막았다가 “승차 거부를 당했다”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버스기사는 ‘불결·악취 등 승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물품’의 운송을 거절할 수 있게 돼 있지만, 테이크아웃 컵이 여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커피 들고 버스 타기' 같은 사소한 행동도 이처럼 공공(公共)의 이슈가 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도시의 삶은 '배려'가 필요하고 그것이 부족하면 '규칙'과 '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는다.
'버스 안 커피' 문제도 안내방송과 스티커로 시작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하는 조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2015년 '시내버스 8대 에티켓'을 정해 홍보에 나섰다. '커피 들고 버스 타지 않기'도 그 중 하나였다.
◇ 서울시가 주문한 '시내버스 8대 에티켓' ① 탑승 후 손잡이 꼭 잡기 ② 교통약자석 양보하기 ③ 무임승차, 카드 미리 태그 등 부정승차 않기 ④ 전화통화, 대화는 작은 소리로 간단히 ⑤ 차 내에서 음식물 먹지 않기 ⑥ 애완동물은 전용 운반구에 넣어 승차하기 ⑦ 안전사고 예방 및 승차질서를 위해 '뒷문 승차' 않기 ⑧ 배낭 등을 멜 경우 타인에게 불편 주지 않기 ◇ '커피 갈등'처럼… '뒷문 승차' 안내방송도? 8대 에티켓 가운데 가장 안 지켜지는 것 중 하나가 '뒷문 승차'다.
특히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망설임 없이 뒷문을 이용해 버스에 오르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버스를 뒷문으로 타는 '얌체족' 때문에 화가 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반면 대중교통 민원사이트에는 버스기사가 승객이 많은데도 뒷문승차를 허용하지 않아 불편했다는 글이 잇따른다. 뒷문승차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시내버스의 중요한 에티켓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뒷문승차 관련) 규정은 없다. 하지만 앞문승차 뒷문하차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뒷문승차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사고 우려다. 한 운수업체 민원 담당자는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승객이) 뒷문 올라타는 거예요. 그런데 늦게 내리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둘이 동시에 타고 내리려다 부딪힌 거예요. 다쳤죠.
둘 다 상대방이 가해자라고 얘기했어요. 다툼을 벌이다 결국은 버스회사에 민원을 제기해 치료를 해달라고 했었습니다." 버스기사들은 운전석에서 뒷문승차 승객이 잘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고 말한다.
버스기사 A씨는 “뒷문 하차 다 하면 백미러 보고 문 닫잖아요. 뒷문 닫는데 (손님이) 뛰어 올라온다는 말이에요. 문 닫히는데 다치잖아요. 뛰어오는 손님이 보이나요? 안 보이지”라고 말했다. 5618번 버스를 모는 B씨도 “(차량이) 나갈 때 어디 쳐다봅니까? 차도 봐야하죠?
그럴 때 갑자기 (손님이 뒷문으로 타며) 우당탕탕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뒷문으로 타는 승객의 무임승차도 문제로 꼽힌다. B씨는 “(뒷문으로) 10명이 탔다고 하면 거의 5~6명은 돈 안내요.
그냥 들어”간다면서 운임을 내라고 말해도 시치미를 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