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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디 굴기’, 한국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우뚝 섬)'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3분기 세계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 업체가 한국 업체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일본 샤프를 제치고 2005년부터 12년 이상 세계 디스플레이 1위를 차지해왔으나,

지난 분기 처음으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중국이 2007년 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를 본격 생산한 지 10년 만에 한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또 중국은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도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서도

10년 정도면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중국 굴기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BOE는 지난 3분기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LCD·OLED 등) 시장에서

21.7%의 점유율(출하량 기준)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가 19.3%로 2위였고,

이어 대만 이노룩스 16.1%, 대만 AUO 15.8%, 삼성디스플레이 8.9% 등의 순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4분기 이후 31분기 연속으로 디스플레이 출하량 1위를 자리를 지켜왔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2005년부터 2009년 3분기까지 약 5년 동안 1위였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가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차지해왔으나, 약 12년 만에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빼앗긴 것이다.

중국 BOE는 2007년부터 대형 LCD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지 약 10년 만에 1위 왕좌를 꿰찼다.

BOE는 2003년 하이닉스의 자회사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며 중소형 LCD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 대형 LCD 생산라인 건설에 투자해 2007년부터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OLED, UHD 등 프리미엄 대형 패널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중국에 추격을 내줬지만,

아직 매출과 면적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60% 이상을 확보한 만큼, 위협적 존재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IHS마킷에 따르면 초고화질(UHD) 디스플레이 패널은 출하량 기준으로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3분기에 각각 31.5%와 22.5%의 점유율로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BOE(13.1%)와 이노룩스(12.0%)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우리나라보다 빨리 10세대 이상 대형 LCD 생산라인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대형 프리미엄 패널 시장에서도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우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BOE 등은 10세대 이상 초대형 LCD 생산 공장을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2분기에나 10.5세대 LCD 라인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65인치 LCD 패널을 기준으로 8세대 생산라인에서는 마더글라스 한 장에 3장의 패널을 생산하지만,

10.5세대에서는 8장을 생산할 수 있다. 10.5세대 대형 LCD 생산라인 수율만 확보하면 중국이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은 또 내년부터 처음으로 메모리반도체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코트라(KOTRA)가 이달 내놓은 월간 수출동향에 따르면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16년부터 우한에 건설 중인

3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시점을 내년 말로 예정했고, 푸젠진화반도체는 370억 위안(약 6조원)을 투자해 내년 9월부터 20나노 후반

또는 30나노급의 D램 양산을 시작한다. 창장메모리(YMTC)도 2019년 상반기에 32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중국산 메모리반도체의 기술력이 10나노 72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업체 기술력과 비교해 아직은 10~15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거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난야와 윈본드 등 대만 반도체 업체와

합종연횡할 경우, 추격의 속도는 이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이 본격 양산을 하더라도 국제 반도체 표준 기구인 '제덱'(JEDEC) 규격을 당장 만족하긴 어려워

모바일과 서버 시장에 진출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범용PC와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한 내수시장에서 시장을 늘려갈 것이고,

이는 당장 대만 업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일부 반도체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이 업계 정상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스태츠칩팩을 인수해 반도체 수탁 패키징, 테스트 사업을 하는 후공정(OSAT) 세계 3위 업체로 도약한

JCET의 왕신차오 회장은 중국 반도체 기술이 세계 선진 기술과 격차를 줄이는 데 10년 정도가 걸릴 것이지만,

반도체 패키징은 기술 문턱이 낮아 격차를 더 빨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가 10년 만에 중국에 따라잡혔듯이 반도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중국이 정부 주도로 관련 산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민·관이 힘을 모아 차세대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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