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황태손인 고 이구의 부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의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중앙일보는 이남주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줄리아 리가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 교수는 이구 선생의 9촌 조카다. 대한제국 최후의 황태자 이은의 외아들인 고 이구의 부인 줄리아 리는 조선왕가의 마지막 세자빈이다. 이 교수는 “손전화도 못 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다가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며
“외롭게 타국을 떠돌던 이구 선생에게 8년 연상인 줄리아가 엄마나 누나 같이 의지가 됐을 것”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인 고 이구는 대한제국 최후의 황태자인 이은의 외아들로 일본인 부인 이방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미국인인 줄리아 리는 195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 이구 선생을 만나 1958년에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63년 일본에 머물던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요청으로 함께 귀국해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 머물렀었다.
푸른 눈의 이방인 세자빈을 인정할 수 없던 종친회 외면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을 종용당하기도 했다. 낙선재가 싫다며 호텔 생활을 하던 이구 선생과 별거상태였던 줄리아 리는 결국 1982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이혼 뒤 ‘줄리아 숍’이라는 의상실을 경영하며 복지사업을 계속하게 됐고 1995년 하와이에 새 정착지를 마련해 한국을 떠났다. 2005년 7월 16일 도쿄의 옛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이구 선생의 유해가 20일 국내로 들어와 장례를 치렀을 때도
줄리아 리는 초대받지 못해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의 곁을 지킨 건 낙선재 시절 입양한 이은숙(지나 리)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