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서울 공연에서 일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가사에 ‘독도’를 넣어 노래했다.
앞서 일본은 북한 예술단이 강릉 공연에서 독도를 언급한 것을 두고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비판했다. 북한 예술단은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특별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은 오후 7시부터 1시간35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현 단장은 공연 마지막쯤 등장해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열창했다. 사전에 예고하지 않았던 깜짝 공연이었다. 현 단장은 능숙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압도했다. 그는 가사 중 ‘제주도 한나산(한라산)도 내 조국입니다’를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로 바꿔 불렀다. 북한 예술단도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한 특별 공연 때 똑같이 개사해 불렀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가사에 독도가 들어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일본 고노 다로 외무상은 “북한이 올림픽을 정치에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와 9일 한국으로 출국 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언론은 외무상의 발언을 보도하며 “북한 예술단이 가사에 독도를 넣은 것은 평창올림픽
개회에 앞서 남북연대를 강조하며 한일관계를 흔들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 단장은 서울 공연에서 가사에 독도를 다시 넣었다. 이번에는 직접 불렀다.
강릉 공연에서 개사했던 ‘태양 조선’은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으로 바꿨다.
태양 조선은 ‘김일성(태양)의 북한’을 뜻하는 말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에서 강릉 공연에 앞서 일부 노래와 가사에 대해
북한 측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북한 체제 선전곡도 일부 공연됐다. 특히 예술단이 부른 ‘새별(샛별)’은 6·25전쟁 때 남파 간첩을 소재로 한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다.
가사 중 ‘나의 마음을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님에게 전해 달라’는 부분에서 ‘님’은 김일성을 뜻한다. 그래도 과거 중국에서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돌연 취소한 것에 비교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단장이 이끌었던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은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친선 공연을 계획했다가 시작 직전 돌연 북한으로 돌아갔다.
당시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와 핵미사일 발사 영상을 배경에서 빼달라는 중국 측 요구에 현 단장이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