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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맞물린 설… 시민들, 공항·철도 ‘검색’ 기꺼이 감수


설 다음 날인 17일 오전 8시 경남 사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밟기 위해 보안검색대 앞에 선 한 여성이 생소하다는 듯이 직원에게 물었다. “신발도 벗나요?” 부츠, 워커(발목까지 오는 부츠) 등 길이가 긴 신발을 신은 탑승객들은 검색대 앞에서 맨발이 돼야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설 연휴가 겹치면서 보안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전국 15개 공항과 도심공항터미널, 항공기 등에서 경찰과 군, 공항 직원들의

경계근무와 경비순찰이 평소보다 크게 까다로워졌다. 항공기 승객은 물론 수하물 보안검색이나 공항 내 쓰레기통, 차량까지

테러나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치밀하게 감시한다. 패럴림픽이 끝나는 다음 달 20일까지 이 같은 태세가 유지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열차(KTX)와 기차역도 비행기나 공항과 같은 수준의 보안검색을 받는다.

서울 동대문구 KTX 청량리역, 중랑구 상봉역, 중구 서울역에는 보안검색대가 두 대 설치됐다.

여행용 가방처럼 부피가 큰 짐은 휴대용 폭발물탐지기를 이용해 폭발물이 있는지 탐색한다.

폭발물탐지견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하루 4번씩 KTX역 안팎을 순찰하고 있다. 시민들은 대부분 협조했다.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KTX 열차를 기다리던 송모(25·여)씨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은 불편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모(28)씨도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가 열리는 것이 실감이 난다”며

“보안강화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모(19)양은 “검색대가 울리면 어쩌나 해서 조금은 무서웠다”면서 “안전을 위한 것이니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했다. 명절을 맞아 고향인 강릉을 가려고 청량리역을 찾은 최모(29·여)씨도 “보안검색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필요한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철도경찰 관계자는 “때때로 시민들이 ‘수고하세요’라고 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수사관이 검사를 끝내고 철도경찰 캐리커처가 그려진 반창고와 물티슈를 건네자 한 시민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사례했다.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3일부터 보안검색대 앞에 승객들이 30m까지 늘어섰다.

패딩이나 코트 등 부피가 큰 겨울옷을 벗고 입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 신발과 짐까지 깐깐하게 검색을 받아야 했다. 탑승객이 집중적으로 몰릴 때는 탑승수속장 출입문 바깥까지 줄이 생겼다.

검색대를 통과하던 탑승객의 가방에서 향수 공병이 발견되자 직원이 “꺼내 달라”고 요청해 내용물의 냄새까지 확인하고서야 겨우 통과했다.

비행기 탑승권과 신분증을 확인하는 검수 직원들은 수시로 “안쪽 검색대가 혼잡한 관계로 잠시 입장을 멈추고 기다려 달라”는 안내를 했다.

공항 관계자는 “평소 20명이 검색대 통과하는 데 7∼8분 걸렸는데 최근엔 15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KTX 일부 역사에서는 탑승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안검색은 선별적으로 이뤄져 오히려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승차 시간이 임박해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검색 없이 통과시키기도 했다. 상봉역에서 강릉행 열차를 기다리던 김모(33)씨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 하는 검문은 다소 요식행위처럼 보인다”며 “예매할 때 평소보다 빨리 탑승준비를 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모든 승객을 더 꼼꼼히 검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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