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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가 고다이라에게… 韓日, 존경과 우정을 말한 순간


고다이라 나오(32·일본)가 이상화(29)를 끌어안았다. 이상화의 손에 들린 태극기와 고다이라의 몸에 둘러진 일장기가 나란히 붙었다.

생애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를 끝내고 복잡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트랙을 돌던 이상화의 등을 고다이라는 차분하게 다독였다.

둘 사이에 승패도, 국적도 없었다. 37초 안팎의 짧은 레이스를 위해 4년간 구슬땀을 흘렸을 선수에 대한 존경, 그리고 사람 간의 우정만 있었다. 이상화는 18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으로 완주했다.

이상화는 15조, 고다이라는 14조였다. 이상화보다 먼저 출전한 고다이라는 36초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3연패가 불발됐지만, 생애 마지막 올림픽 트랙은 숨이 멎을 것처럼 아름답고 치열했다. 이상화는 경기를 마친 뒤 한동안 트랙을 떠나지 못했다. 두 손으로 무릎을 잡고 몸을 굽혀 눈물을 쏟았다.

조금씩 흐느끼던 울음은 금세 오열로 바뀌었다. 관중은 이런 이상화에게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위로했다. 장내에서 이상화를 위로한 선수는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였다. 한때 디펜딩 챔피언과 도전자, 한일전의 라이벌로 표현됐던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트랙에서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이자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한평생을 나란히 질주한 동료였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끌어안았고, 이상화도 이 순간만은 고다이라의 품에 기댔다.

이상화는 시상대에서 눈물을 거뒀다. 관중의 환호성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잠시 굳어졌던 이상화의 표정은 새로운 금메달리스트로 고다이라의 이름이 호명되자 다시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이상화는 박수를 치며 새로운 챔피언을 축하했다. 이상화는 시상식을 앞두고 고다이라와 잠깐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상화는 이 대화에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고, 고다이이라는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상화는 시상식을 마친 뒤 “나는 1000m를 포기하고 500m에 도전한 반면, 선수는 1500m, 1000m에 모두 출전하고 500m에 나왔다”며

“(고다이라에게)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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