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등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서서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뒤 한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후 조사실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앞만 보고 걸어 들어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한 여성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바로 옆에 붙은 기자는 "국민들께 사과하셨는데, 100억대 뇌물 혐의 인정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자 쪽을 쳐다보면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위험해요"라고 했다. 계단을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4분 논현동 자택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8분 만에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20여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조사가 15일 새벽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