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과정에서 경천동지할 일들이 벌어졌다.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MB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정두언 전 의원 폭로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윤옥 여사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미국 뉴욕의 한 여성 사업가로부터 고가의 가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언론이 이를 알고 취재에 나섰고 선거 캠프는 보도를 막기 위해 수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뉴욕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모(61)씨와 강모(62)씨의 증언을 토대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김 여사가 이씨로부터 고가의 에르메스 가방과 미화 3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200만원을 받았다고 20일 보도했다. 또 뉴욕의 한 교민신문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취재에 나서자 정두언 전 의원 등 MB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2800만원의 돈으로 이를 무마했으며
이 돈을 조달한 뉴욕의 여성 사업가 강모(62)씨에게 대선이 끝난 뒤 편의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써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해당 각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각서는 2007년 12월6일 작성된 것으로 확인란에 정 전 의원의 사인이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확인서엔 “인쇄 및 홍보언부를 하는 업체로서 이 회사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사업분야에 대한 물량을
가능한 한 우선적으로 배정해 줄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씨는 서울신문에 “뉴욕 교포 사회에서 대선 직전 한국에서 영어마을 사업을 벌이겠다던 이씨가 김 여사에게 에르메스 가방을 건넸다는 소문이 돌았고
현지 신문 기자 A씨가 캠프에 찾아와 이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캠프에서 사활을 걸고 막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자신이 대표로 있는 ㈜비비드마켓이 받게 돼 있던 한나라당 경선 홍보물 인쇄 비용의 일부인 2800만원을 무마용으로
제공하고 대선 뒤 도움을 주겠다는 각서를 정 전 의원 등으로부터 받았다”고 부연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강씨는 뉴욕 교민 모임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고 지지자가 됐다.
“당내 경선 이후 대선 후보가 된 뒤 청계천에서 벌인 행사에서 교민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이 전 대통령이 나를 보고 손짓을 했다”고
한 강씨는 “악수를 하며 확 끌어당겼다. MB가 나를 알아보는 걸로 착각했었다”고 회상했다.
강씨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사업적으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며 “그때 거기 아무 대가 없이 봉사했던 사람이 얼마나 됐겠나”고 반문했다. “가진 돈을 투자해 서울에 홍보와 인쇄업을 하는 ㈜비비드마켓을 설립하고 한나라당 경선 인쇄물 9800만원 짜리 일감을 수주했다”고 한 강씨는
“그 중 2800만원은 명품 가방으로 언론보도를 막는 데 쓰였다. 나는 돈도 못받고 뭐냐고 항의하자 정 전 의원과 송씨가 각서를 써서 건네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도 “취재가 들어와 깜짝 놀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맏사위인 이상주씨에게 확인한 결과 ‘받은 것은 맞고,
2개월 전에 돌려줬다’고 했다”면서 “당시엔 명품 가방과 금품 건이어서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17대 대선 과정에서 ‘경천동지’할 3건의 일이 있다”며 그 중 하나가 김 여사와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김 여사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고 한 정 전 의원은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의 정신 나간 일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 일을 막느라고 내가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써줬다”고 한 정 전 의원은
“거기서 요구하는 돈도 사재를 털어 가면서 많이 줬다. 근데 그 친구들이 MB정부 출범 이후 찾아와 살아 있는 권력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