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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ㆍ야근 잦은 IT업계, 근로시간 단축 ‘비상’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주 52시간으로 단축된 가운데,

제조업과 달리 업무량이 유동적인 IT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소프트웨어(SW)와 시스템통합(SI) 사업 특성상 과업변경과 시범가동, 검수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이

보통 주 52시간 넘게 일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을' 입장의 업무 특성상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W산업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의견 수렴을 위해 긴급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300명 이상의 IT서비스 기업의 근무여건 파악에 나섰다.

IT업계는 당장 제도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각 프로젝트마다 사정이 다르고,

급작스런 시스템 장애 등 예상 못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관련 대책 마련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IT업계는 기업별로 수십~수백개에 달하는 사이트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예측이 힘든 데다,

각각 흩어져 일하는 근로자들을 완벽하게 관리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서비스 기업들은 사업 특성상 발주자인 갑과 계약을 맺고 약정한 기한 내에 프로젝트를 끝내야 한다.

하지만, 발주자가 프로젝트 개발과정에서 과업을 변경하거나 대가지급 없이 임의로 사업자에게 추가 개발을 요구해 야간·주말근무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시범가동이나 정식서비스를 앞두고는 시스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 한 대기업의 프로젝트매니저(PM)는 "서비스 오픈 한두 달 전이 고객사 요구가 가장 많은 시기로,

이 때 업무량과 야근이 늘어나는데 주 52시간에 맞추려면 단기 개발인력을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들을 교육하고 실제 개발에 투입하려면 오픈 전 최소 두 배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고객사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PM은 "예측이 어려운 인프라·네트워크 장애의 경우 고객서비스를 위해 빠른 장애복구가 생명인데

주로 야간과 주말에 발생하는 복구작업을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개발자의 저녁이 보장되는 삶을 위해 과업변경 시 대가지급 보장과 원격지 개발 등을 담은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연말쯤이나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여 근로기준법과 시차가 발생한다. IT서비스 기업은 현행 주 68시간 근로시간 준수도 쉽지 않다 보니 이미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선택근무제나 업무량에 따라

근로일수와 시간을 줄이는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이 시행되면 선택·탄력근무제로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기업의 인사·노무팀은 비상이 걸렸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근무규칙과 제도를 만들어도 각 사업장에서 지켜지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게 문제다. 한 IT서비스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휴가나 유연근무제로 법정 근로시간을 지켰는데

7월부터 외부사업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발주자가 변경된 근로시간을 반영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당장 현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IT서비스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인력을 많이 채용하라는 메시지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발주자가 바뀐 법정 근로시간을 제안서에 반영해줄지 미지수라 기업들이 당분간 변화한 제도를 현장에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W산업협회는 특히 3개월 이내 단기 프로젝트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 준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후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할 계획이다. SW산업협회 관계자는 "시스템 오픈이 다가오면 발주자가 다양한 요구를 해 야근·주말 근무가 불가피한 게

업계 현실로, 발주자의 인식 개선부터 필요하다"며 "회원사의 의견을 조사한 후 정부에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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