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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기어서”… ‘방배초 인질극’ 사건의 반전 의인


지난 2일 초등학생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범인을 가장 처음 마주한 건 학교보안관 최모(64)였다.

최씨는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양씨(25)의 말에 아무런 의심없이 범인을 들여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최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쳤고, 경찰이 오기 전 15분간 범인과 대화한 것도 자신이라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최씨는 군에서 31년간 재직해 대령으로 예편했다. 중령 때는 소말리아, 대령 때는 이라크에 파견됐다.

방배초에서 4년간 근무했다는 그는 학교보안관 업무 매뉴얼을 직접 만드는 등 자신의 직업에 보람과 자긍심을 갖고 일했다고 강조했다. “(정문에서) 신원확인을 했습니다. 비디오(CCTV)에 다 나옵니다.” 최씨는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범인을 들여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또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이 흥분할까 봐 출입문부터 무릎 꿇고 네 발로 기어들어가 범인을 설득했다”면서

“전쟁터에 두 번 다녀와 경험이 많다. 무조건 범인과 눈높이를 맞추자는 생각으로 네 발로 기어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도착한 경찰에게 “경찰 정복을 입고 들어가지 말고 사복 입은 협상팀이 들어가라”고 말한 것도 최씨였다고 했다.

범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경찰에게 상황을 넘긴 최씨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호팀을 빨리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씨는 사건의 책임을 오롯이 자신에게 전가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방배초 신미애 교장은 앞서 취재진에게 “(양씨가) 젊고 졸업생이라고 하니 (학교보안관이) 들여보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최씨는 “단지 업무일지에 작성을 안 한 것뿐인데 ‘통제가 안 됐다’며 완전히 (저를) 못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처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를)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억울하다”며 “사명감 느끼고 (근무)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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