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가능하단 반증” ‘폐지’ 靑 청원 14만명 넘어 직원 16명 501만2000주 매각…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포함돼, 100만주 350억어치 판 직원도 삼성 “참담… 투자자 보상 최선” 당국 “모든 증권사 시스템 점검” 삼성증권의 112조원 규모 주식 배당오류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돼 매매까지 됐다는 점을 두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삼성증권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직면한 가운데
금융 당국은 증권사들의 주식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8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9일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작으로 ‘유령주식’ 발행·매매가
다른 증권사에서도 가능한 것인지 점검한다.
통상 상장사가 주식을 발행하려면 주주총회를 열고 예탁결제원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삼성증권 사건에선 이런 절차 없이 주식이 발행되고
시장에 대량 유통됐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배당할 수 있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문제점이 확인되면 개선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류인 게 사실상 명백한 주식을 시장에 판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6일 원래 없었던 자사 주식 약 28억주가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직원 보유 주식)에 배당됐다.
당일 종가 기준 112조원어치다. 우리사주 1주당 1000원이 배당돼야 하는데
1000주가 배당돼 발생한 사고다. 배당 실수를 막기 위한 경고 메시지도 없었다고 한다.
직원들 계좌에 주식이 들어온 시점은 6일 오전 9시30분쯤이었는데
약 30분 사이 직원 16명이 501만2000주를 팔아치웠다.
당일 최저가(3만5150원)에 팔렸다고 해도 1760억원(1인당 평균 110억원)어치다.
주식을 100만주가량 판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16명 중 임원은 없지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매도된 주식 501만2000주를 모두 장내 매수 등의 방법으로 확보했다.
우선 회사가 결제불이행 사태를 막되 직원이 판 물량은 개개인이 모두 메워 넣는다는
원칙을 두고 사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판 가격보다 사서 채워 넣어야 할 가격이 높은 직원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해당 직원을 모두 대기발령 내고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이날 공식 사과문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가 급락 시점에 동반 매도해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보상도 최대한 마련키로 했다. 금융 당국과 삼성증권이 대응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공매도에 대한 폐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8일 오후 7시쯤 14만명을 돌파했다.
비슷한 청원이 지난 6일부터 300개 넘게 제기됐다. 뿌리 깊은 공매도 불신에 배당 오류 사태가 기름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청와대 청원을 넣은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주로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이 향후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A주식을 3만원에 공매도한 후 나중에 주가가 2만5000원으로 하락했을 때 사서 채워 넣으면 그만큼 차익을 챙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와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로 나뉜다.
국내에는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사건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됐다. 당시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성도이엔지 주식
15만주를 공매도한 후 2만주밖에 되사지 못했었다. 다만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의 경우 전산오류이긴 하지만 계좌에 찍힌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와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가 아예 폐지돼도 이런 사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없는 주식을 발행해서 판 후 나중에 수량만 맞춰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주식을 실제 결제할 때가 되면 수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사후에는 다 드러난다.
이런 식의 매매를 암암리에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그간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에게 불리한 구조였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개인들은 주식을 빌리는 절차도 어렵고, 빌리더라도 금방 갚아야 해 사실상 공매도에 참여하기 어렵다.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 비중은 2% 미만으로 낮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가 주가 거품을 방지하는 역할도 있다며 폐지에 부정적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30457&code=11151100&sid1=eco&cp=n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