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제조사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그룹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재도전에 이어 거대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 내년부터 메모리 생산에 들어감에 따라
10여 년 전처럼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서로 지지 않기 위해 양산 경쟁을 벌여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만 IT매체인 전자시보는 7일 훙하이그룹은 최근 회사 직제를 개편해 '반도체 자(회사)그룹'을 설립하고
12인치 메모리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2개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그룹은 반도체 설비업체 징딩 정밀과기, CBT(비공개 베타 테스트) 업체 쉰신, 집적회로(IC) 구동 업체 톈위 등을
거느리고 반도체 웨이퍼 설계 제조부터 회로판 설계, 소프트웨어,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한다.
훙하이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았지만,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망 등은 복수의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훙하이가 외부 스카우트로 기술개발팀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12인치 웨이퍼 공장 2개를 설립하는 데에는 최소 8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훙하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우뚝 섬)'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훙하이는 대만 기업이지만 애플 하도급을 받아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 대부분을 중국에 두고 있다.
미국의 ZTE와 화웨이 제재·조사로 자극을 받은 중국 정부는 조만간 3000억 위안(약 51조498억원) 규모의 2기 반도체 펀드 조성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는 과거 일본과 함께 한국 업체들과 출혈 경쟁을 했던 대만의 메모리반도체 부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조금 늦은 1980년대 후반 D램 생산을 시작했던 대만 업체들은 2005년 이후 D램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렸고,
그 결과 2007년 출하량 기준으로 1위 한국에 이어 시장점유율 18%를 차지하는 등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대만의 공격적 생산 확대는 독일과 일본 등 D램 기업은 물론 자국 업체 수익성 악화와 사업 철수 등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난야와 윈본드 등 일부 대만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3%를 조금 넘게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최근 2년여 동안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만이 다시 시장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빅3 업체들은 초호황 덕에 영업이익률이 50%에 이르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의 시장 상황과 중국의 막강한 자본, 자체 기술력을 합치면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 같은 대만의 시장 재도전에 이어 중국의 반도체 본격 생산까지 겹치면 치킨게임 상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2016년부터 우한에 건설 중인 3차원 낸드플래시 공장 가동 시점을 내년 말로 잡았고,
푸젠진화반도체는 370억 위안(약 6조원)을 투자해 내년 9월부터 20나노 후반 또는 30나노급의 D램 양산을 시작한다.
창장메모리(YMTC)도 2019년 상반기에 32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금력에 대만 기술력이 더하해지면 메모리 시장 추격이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메모리 미세공정 경쟁이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시장을 선도할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