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이 이걸 봤을까,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걸까…뇌수가 다 녹아내리는 것 같다. 결국에는 부모님도 알게 되시는 건 아닐까,
자녀가 누드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인데,
하필 그걸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되실 걸 생각하면, 부모님만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중 나체 사진이 유출된 남성 모델 A씨가 주변인들에게 신상이 알려져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8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며칠간 밥 한 톨도 못 넘기고 지냈다. 잠도 못 자고 대인공포증에 외출도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자신을 알아본 주변인들에게 연락이 온다며 신상이 알려져 괴롭다고 전했다. 그는 “‘형 이거 형 맞죠?’ ‘오빠 다 알고 연락했어요ㅠㅠ 힘내세요’ 등과 같은 연락을 받을 때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영원히 도망치고 싶다”며
“답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안절부절하다 하루가 다 가곤 한다.
읽고 답장 못한 연락과 아예 읽지 못한 연락이 수북하다”고 힘들어했다. A씨는 특히 가족들이 유출된 사진을 보게 될까봐 두렵고 불안하다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드모델들은 가족들 모르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재 가족이나 친척들이 알게 될까 봐 그 점이 가장 두렵고 불안하다”며
“이모, 고모, 사촌들, 조카들이 사진을 볼까봐, 뇌수가 다 녹아내리는 듯 하다”고 괴로워 했다. 이어 “학교 다니는 사촌 동생들이 이걸 보고 이모에게 말을 한 건 아닐지, 알면서 모르는 척해주는 건지,
아직까지는 정말 모르는 건지, 결국에는 부모님도 알게 되시는 건 아닌지, 자녀가 누드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인데, 하필 그걸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되실 걸 생각하면, 부모님만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인권 피해가 심각한데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이 누군가에게는 가십거리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부양하는 소중한 생업이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많은 모델들이 공포에 질려있다.
모델 지망생 중 꿈을 접은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타인에 생업에 대한 성적 조롱과 비하를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가해자를 향해 “학생들을 신뢰했기 때문에 그 앞에 섰던 것이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으로 많은 모델들이 크거나 작게 어느 정도씩은 영향을 받고 있다.
가해자는 이렇게 한 생활인의 생업과 기본권을 파괴하고, 모델 업계에 종사 중인 수많은 모델분들께 손실을 끼치고 있다.
미술대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됐다. 단지 타인을 성적으로 조롱하는 쾌감을 얻자고,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다니 정말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홍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중 한 학생이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유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익대는 당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상대로 자백을 유도했으나 사진 촬영 및 게시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후 학교 차원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대학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8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지난 5일 내사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사진 유출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홍익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내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