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인기 TV 시리즈인 '600만 달러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은 사고로 잃은
왼쪽 눈과 오른팔, 두 다리에 20배 줌과 열 감지 기능을 갖춘 생체공학 눈과 자동차를 들어 올리고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인공 팔·다리를
이식 받아 특수 요원으로 거듭납니다. 당시에는 상상 속 이야기였지만, 이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바이오 인공장기는 손상되거나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기를 말합니다.
기존에 기계적 장치 개념의 인공장기에서 나아가 세포를 기반으로 하거나 생체 시스템을 접목한 장기 대체 기술을 바이오 인공장기로 정의합니다. ◇바이오 융합 기술로 인간 조직·장기 대체= 바이오 인공장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종 장기' 기술은 인간의 조직이나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특수하게 개발한 동물의 조직이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세포 기반 인공장기'는 세포나 생체재료를 이용해 장기를 개발하고 대체하는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자기기 인공장기'는 바이오와 전자·기계 기술을 융합해 손상된 장기나 조직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장치입니다. 현재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은 인공 피부나 연골 등 일부 구조적 조직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기계적 인공장기 역시 장기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단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일부 기능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면역조절 기술과 역분화 줄기세포 분화 및 배양 기술,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등 관련 기술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10∼15년 후면 동물 유래 세포나 조직,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이식용 세포나 조직을 일부 사용하는 단계까지 이를 전망입니다.
또 전문가들은 이식되는 부위에 따라 각막·췌도, 신장·심장, 간·폐 순으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종장기 기술 중 돼지를 이용한 세포·조직 이식은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단계거나 임상 도입 직전 단계에 이르렀으며,
장기의 경우 영장류에 이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종장기 분야는 세포·조직·장기 종류에 따라 면역학적 문제나 장기 생존 문제 등에 차이가 있어 발전 속도가 각기 다르지만,
면역거부 반응이나 세포 괴사 등의 한계가 극복된다는 10∼15년 후에는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이식·기계식 인공장기 한계 극복= 바이오 인공장기가 상용화되면 현재 이식을 위한 장기 부족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는 3만 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식 건수는 4000여 명 수준으로, 대기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 수도 매년 1000여 명이 넘습니다. 더욱이 기대수명이 늘면서 이런 장기 이식 대기자 숫자는 해마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이런 이식 장기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은 현재 사용되는 투석기나 심장 박동기 같은 기계적 인공장기 기술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기계적 인공장기는 실제 장기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칠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고
전력 공급이 어려워져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인공 폐는 3∼5일 간격으로 인공 산화기를 교체해야 하고,
인공심장 또한 5∼10년 주기로 소모성 부품을 바꿔줘야 합니다. 인구의 고령화로 장기부전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어 손상된 장기를 완전히 대체할 바이오 인공장기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커질 전망입니다. ◇기술 사용 위한 사회적 기반 갖춰야=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위해선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의료·윤리·법률 분야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초기에는 바이오 인공장기 이식에 높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득 수준에 따라
불평등에 생기지 않도록 국민건강보험 등을 통해 비용을 보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지, 소득 수준에 따른 국가 의료비 보조는 어느 수준까지 할 지 등 관련 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할 것 입니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을 단순 미용 등의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이식의 적용 범위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보편화 될 경우 유사 제품이 제조되거나 제품의 불법 유통·이식 등의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바이오 인공장기의 수요와 공급은 물론, 이식을 수행하는 병원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