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 나도 모르는...” 111억원의 뇌물수수 및 349억원의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시종일관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끝난 후에는 방청석을 향해 “나도 모르는 새로운 사실을 오늘 많이 알게 됐다”며 미소를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23일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지난 3차례 공판 준비기일에 법정에 나오지 않았던 이 전 대통령은 첫 정식공판인 이날 구속이후 6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수의 대신 양복을 입은 그는 10분에 걸쳐 ‘모두 진술’을 했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너무 다르다”며
“검찰 자신도 아마 속으로 인정할 거다. 무리한 기소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A4용지 7장 분량의 내용을 모두 읽었다. 이후 재판이 시작되자 자신의 최측근인 ‘금고지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김 전 기획관의 정신과 진료내역을 제시하며 치매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발언권을 요구했고 재판부는 그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치료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고 김 전 기획관을 가능한 한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김 전 기획관이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을 데리고 와 나를 만나게 하겠다고 한건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본관서 만난 기업인들이 한 명도 없다. 공직 관련 사람들이 들어왔지 기업인은 5년간 한 사람도 들어온 일이 없다”고 한 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들어왔다면 모르겠지만 이 전 부회장이 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다스는 형님(이상은씨) 회사”라며
“내가 만류했지만 1985년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적 위험이 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 중간 변호인에게 귓속말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강훈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무슨 대화를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게 아닌데, 이거 거짓말인데 라는 말씀을 계속 하셨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방청석에 있는 세 딸을 찾으며 친이계 인사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변호인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후 방청석을 향해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아네. 나도 모르는...”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건강에 대해 묻자 이 전 대통령은
“좋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