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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외상없다... 유족 기다리지만 김한솔 행방 묘연...


말레이시아 당국이 19일 북한 국적 용의자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 이틀 만인 21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번 회견 장소는 경찰청, 이날은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이었다. 전날 밤부터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마카오를 떠나 쿠알라룸푸르에 들어온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한솔이 이곳에 나타날지 모른다는 관측이 무성한 터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뚜렷한 결론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의 누르 히샴 압둘라 보건국장은 “사인은 아직 규명 중”이라는 미완의 상황을 재확인했다. 회견 내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말이 반복됐다. 회견문의 제목 역시 ‘북한 성인 남성의 부검 검사’로만 적혀 있었다. 그러나 행간에는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안팎으로 제기된 혼선을 쳐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압둘라 국장은 이날 두 가지를 확인했다. 그는 우선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고 (시신에서) 외상이나 (뾰족한 물체에 찔려 생긴) 천공 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연사라고 보기는 힘들고 주사기나 독침 같은 방법의 독살도 아니라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전날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국적의 ‘김철’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했다고 알려왔다”고 한 것에 대한 간접적인 답변이다. 동시에 독극물로 숨진 것인지는 “채취된 시료 분석이 끝나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말레이시아의 설명이다.

압둘라 국장은 전날 북한 측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 것에 반박하듯 “부검팀은 자격이 있고 숙련된 병리학자, 방사선전문의, 치과전문의 등으로 구성돼 있고 컴퓨터단층촬영을 마쳤고 외상 및 내상 검사, 구강 검사 등 모든 부검 과정은 국제적 기준에 맞춰 정밀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압둘라 국장은 “2차 부검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앞서 보건부는 “이르면 22일쯤 부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으나, 압둘라 국장은 이날 회견에서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압둘라 국장은 전날부터 설만 무성했던 김한솔의 입국은 사실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친족이 방문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족이 나서지 않으면) 치아 구조와 의료기록, 수술흔적, 반점 등을 살펴 신원을 확인한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사망자의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족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는 말레이시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쿠알라룸푸르 국립병원 법의학 연구소 앞은 이날 오전부터 움직임이 부산했다. 이날 오전 1시15분쯤 병원을 관할하는 당왕기 지역 경찰 20여명이 도착해 병원 주변을 지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보 업무 등을 관장하는 경찰 특수부대(STAFOC) 요원 20여명이 차량 4대에 나눠 타고 병원 앞에 도착했다. 실탄을 장전한 총을 들고 복면을 쓴 특수부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이들은 9시간 가까이 머물다 오전 10시20분쯤 병원을 떠났다.출근시간이 되자 연구소 주변은 차량 경적소리와 교통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더해져 한층 소란스러워졌다.

연구소 바깥엔 평소와 달리 검은색 밴과 승용차 등 차량 10여대가 빽빽하게 들어찼다. 오후 1시15분쯤 말레이시아 당국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알렸다. 일련의 정황 때문에 부검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거나 김한솔 입국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는 모두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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