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께 어업지도선을 타고 접근한 세월호 주변은 유출된 기름 확산을 막기 위한 방제 작업이 한창이었다.
반잠수선 주변으로 갑판 아래가 붉은색인 중국 방제선, 갑판 아래가 군청색인 해경 방제선 등에서
물을 바다 위로 세차게 뿜어댔다. 해수면 위로 바닷물을 뿌려 조금씩 유출돼 나온 기름을 자연분해하는 작업이다.
길이 216m, 폭 63m의 반잠수선 '도크와이즈 화이트 마린' 위에 옆으로 얹힌 세월호는
3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쌓여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회색과 검은색 얼룩들이 보였지만
외관상 배를 침몰시킬 만한 강한 충격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스크루가 멈춰 서 있는 바닥 쪽 선미 방향타는 위쪽으로 살짝 틀어진 채 고정돼 있었다. 세월호 선체가 햇빛 아래 전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간 사고 원인을 놓고 제기됐던 여러 가설들도 검증받게 됐다. 우선 세월호 선체 외형을 볼 때 네티즌 '자로'가 다큐멘터리 '세월X'를 통해 제기한 잠수함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좌현 일부가 바닥에 깔려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드러난 외관으로 볼 때 충돌 흔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좌현에 강한 충격이 있었다고 해도 외부로 드러난 선체에 충격의 흔적이 있어야 잠수함 충돌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애초 해저면 30~40m라는 사고 현장 자체가 잠수함이 선박 아래로 잠수하기에는 너무 얕은 바다라는 분석을 한 바 있다.
센서가 없는 선박 아래에서 잠수함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가설은 선박 아래가 깨끗하게 드러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박승균 전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교수는
"이미 과거 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잠수함 또는 암초 충격설은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다만 "외부 충격설 자체의 근거가 전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세월호 선박의 복원성이 워낙 미약했기 때문에 조그마한 충격이나,
또는 그 충격을 급하게 피하게 위해 방향타를 돌리는 과정에서 배가 뒤집어졌을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향타가 위쪽으로 5~10도 꺾여 있는 것을 기반으로 조타수의 조타 미숙, 또는 기기 고장 등에 대한 검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형으로 드러난 각도는 세월호를 급선회시킬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드러난 각도가 최종 각도인지, 직전에 방향을 세게 꺾었다가 풀어낸 것인지 등 의혹은
선체 거치 후 조타실 조사를 통해 추가적인 검증을 거쳐야 한다.
조타실에 있는 타각지시기(조타 각도를 나타내는 계기판)의 기록이 현재 방향타가 꺾인 각도와 일치한다면
조타기기에 고장은 없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 외 다른 기기의 고장이나 조타 미숙 등에 대한 규명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는 현재 기존 세월호 무게에 화물 무게와 퇴적물 무게, 그리고 해수 무게가 합쳐져 1만t을 조금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수 배출 작업 완료 후 무게를 보면 화물 과다 선적에 대한 검증 작업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화물을 더 많이 싣기 위한 무리한 개조 작업과
화물 과적, 조타 미숙, 화물 고박 미숙 등을 사고 원인으로 분석한 바 있다. 선체 조사는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거치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반잠수선 위에 안착돼 인양이 안정권에 들어간 만큼 서두르지 않고 자연배수를 통해 물을 빼고,
기름 방제 작업을 마친 후 이동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자연배수는 선체 내의 바닷물이 창문 등을 통해 나오는 걸 기다리는 작업으로 해수부는 26일 저녁까지
배수가 진행되는 속도를 보고 이후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르면 2~3일, 길면 3~5일이 걸릴 자연배수 및 고박 작업이 끝나고 나면 이동이 개시된다.
세월호를 받치고 있는 네덜란드 도크와이즈의 화이트 마린호는 7만2146t까지 실을 수 있어
1만t 중량의 세월호는 거뜬히 자체 동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고박이 완료되면 목포 신항(87㎞)까지는 시속 10㎞ 정도로 8~10시간 만에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28일께 목포 신항으로 출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