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덩치에 비싼 가격과 낮은 연비로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대형 SUV 판매가 크게 늘지 않았던 것은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차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수입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대형 SUV 총 판매량은 4만1865대로
전년 동기 3만1880대 대비 31.3%나 급증했다. 이중 국산차만 따지면 대형 SUV는 같은 기간 전년보다 31% 늘어난 2만5711대가 판매됐다.
국산 대형 SUV 판매가 급증한 것은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 출시로 시장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소형 SUV 시장이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커지면서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대형 SUV 시장 또한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5% 가량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대형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고객들은 레저 활동과 많은 짐을 싣기 위해 대형 SUV 차량을 선호하고 있다.
가격은 대형 세단과 견줄 만큼 비싸지만 가족의 안전과 실용성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캠핑, 낚시, 서핑 등 장비를 사용하는 레저 활동이 늘면서 적재 공간이 넉넉하고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 대형 SUV에 대한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형 SUV 출시에 소홀했던 자동차업체들도 라인을 확장 중이다.
쌍용차는 지난 5월 G4렉스턴을 출시해 국내 대형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G4렉스턴 출시 전만 해도 국산 대형 SUV는 사실상 기아자동차의 '모하비'가 유일했다.
현대자동차가 베라크루즈를 단종시키고 중형 SUV '싼타페'를 키워 '맥스크루즈'를 내놨지만, 대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국산 대형 SUV시장에 단비가 된 G4렉스턴은 출시 이후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G4 렉스턴은 지난 8월 1347대가 팔렸고 9월에는 1639대로 판매가 더 늘었다.
G4 렉스턴의 흥행은 수입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효율적인 성능과 고급 편의사양을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출시 8년 차를 맞은 모하비도 월 1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며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특히 모하비는 캠핑 등 레저인구를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향후 현대·기아차는 베라크루즈 후속을 비롯해 제네시스 SUV 등을 출시, 대형 SUV 라인을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수입차들도 대형 SUV를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국산 대형 SUV 라인이 부족한 틈을 타 미국과 일본 대중 브랜드들은 거침없이 영역을 확장 중이다.
포드 '익스플로러'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혼다 '파일럿'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최근 닛산 '패스파인더'가 가세했다.
특히 익스플로러는 출시 이후 수입 대형 SUV 판매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5m가 넘는 대형 차량이지만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해 조용하면서도 성능이 좋고, 연료비 부담도 크지 않아 레저를 즐기는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업계는 활용성이 큰 대형 SUV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가족을 둔 40~50대 가장들과 레저활동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늘면서 세단 수요 일부가 대형 SUV로 옮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형 SUV 출시에 소홀했던 국산차 업체들도 라인업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단만 고집했던 고객들이 일단 SUV를 타게 되면 넓은 공간감과 실용성으로 다시 SUV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의 발달로 SUV도 연비 등 효율성이 좋아지고 있어 수요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