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유럽·인도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시장에서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빠르게 확산 중인 반면,
한국은 수년째 논의만 무성할 뿐 속도를 거의 못 내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온라인 판매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 시장 접근성을 높여 정체된 내수 판매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판매사와 영업노조의 반발 등으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온라인 자동차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16년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된 자동차 수는 100만대, 1007억 위안(약 16조5581억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스페인에서 팔린 총 자동차 대수보다 많은 규모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2~2016년 4년간 중국의 온라인 자동차 판매량은 65.5% 늘어,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 13.7%의 5배에 달했다. 실제 지난달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 때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대박을 냈다.
쇼핑몰 티몰에서 이날 하루 동안 온라인으로 1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또 지난 7월에는 BMW 미니가 중국 패션 블로거와 협업 마케팅으로 내놓은 차가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서 5분 만에 100대가 팔렸다. 온라인 판매를 넘어 '자동차 자판기'까지 가시화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포드는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온라인 자동차 판매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협업을 통해 포드는 알리바바 티몰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향후 알리바바가 내놓을 자동차 자판기에서도 자동차를 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자판기는 주차장을 여러 층으로 쌓은 형태의 자동차 판매 기기로, 소비자가 앱으로 원하는 자동차를 고르고
구매 버튼을 누르면, 전시 타워에서 자동차가 자동으로 내려오는 식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온라인 판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1600여 딜러사가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로 완성차업체가 딜러를 지원하는 형태로 온라인 판매가 안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온라인 구매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으며, 딜러 시스템과 연계한 금융 프로그램도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직접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 차종을 예약 판매 중이며 금융상품도 함께 제공한다.
카드, 은행, 페이팔, 수표, 신용보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으며 견적부터 지불, 대기안내를 거쳐 출고까지 모두 홈페이지 내에서 이뤄진다. 유럽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탄력을 받고 있다.
모토케이가 최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온라인 구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18%가 온라인 구매 의사를 밝혔다. 오프라인으로 사겠다는 다른 응답자들도 자동차를 선택할 때는 온라인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아마존은 2016년 말 이탈리아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6월 유럽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위해 업계 전문가를 채용했다.
영국에 가장 먼저 진출할 예정이며 룩셈부르크에 새 사업부문을 세우는 데 투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영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차량 견적과 운송 예약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에 비해 국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아직 잠잠하다. 최근 수년 간 업계에서 홈쇼핑이나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긴 했지만,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현재 르노삼성자동차 등 일부 업체만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국내 여건 상 정보기술(IT) 인프라도 뛰어나지만,
국내 업체들이 제대로 된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은 판매를 도맡고 있는 판매사와 판매 노조 등 반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완성차업계는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자사 차량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 디지털쇼룸 등
체험형 전시장을 늘리며 온라인 판매 시동을 걸고 있다.
이들 전시장은 당장 판매보다는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러한 전시장들이 늘게 되면 온라인 판매 등 유통망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서울 시내에 대형 전시장이 들어온 곳 주위의 동일 브랜드 판매점 몇 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단기적으로는 팝업스토어 등 전시장이 차량 판매를 늘려 기존 딜러들에게 좋은 점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판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